대한민국, 마약청정국인가?
우리나라에서 검거되는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만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국제약물중독학회에서는 검거된 사범의 30배에 해당하는 숫자가 그 나라에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본드나 부탄가스 같은 환각성 유해물질까지 포함시키면 100배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공식을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국내 마약류 사용자는 30만 명, 환각성 유해물질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게 주어졌던 마약청정국이라는 칭찬이 이제는 무색해졌습니다.
급기야 2009년에는 UN 마약통제위원회가 우리나라를 마약원료 수출국으로 지정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해 약물에 노출되는 청소년의 비중이 늘고 있어 전망이 더 어둡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우리나라 청소년이 본드나 부탄가스 등의 환각 유해물질을 얼마나 경험했는지 조사했더니 소년원이나 보호시설 같은 특수 시설의 청소년 중에서는 2010년 기준 7.6% 였습니다. 2009년 5.6%보다 36% 증가한 겁니다.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일반 청소년 중에서도 2010년 기준 2.7%로, 2009년 1.6%에 비해 무려 69%나 늘어났습니다.
인터넷 통한 마약류 구매는 여전히 무방비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마약으로 분류되는 필로폰이나 코카인, 그리고 대마보다 엑터시스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검찰청에서 발표한 2007년 부터 2011년까지의 마약류 사범 분류 통계를 분석하면, 향정신성 의약품 사범이 73%로, 대마 14%, 마약 13%보다 5배 넘게 많습니다. 마약 중독 재활자의 증언을 들으면, 다른 사람을 거쳐야 구할 수 있는 필로폰, 코카인은 그 만큼 검거될 확률이 높지만 향정신성 의약품은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검거 확률이 낮기 때문이랍니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향정신성 의약품 구매 사이트를 찾아봤더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보건 당국도 이 점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보건 당국의 힘만으로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향정신성 의약품 사이트, 특히 외국에서 만들어진 판매처는 추적이 어렵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향정신성 의약품이 발각되는 확률이 10건 중 1건 정도라는 마약 중독 재활자의 증언과 일치합니다.
제도는 있다. 그러나 운용은 없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중독자들이 자유롭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를 처벌 대상에서 치료 대상으로 바꾼 것이고 그것이 사회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여러 학문적 연구 결과때문입니다. 정부는 2000년 7월부터 마약 중독자가 스스로 병원에 찾았을 경우, 의사가 이를 검찰에 신고하는 의무 조항을 없앴습니다. 의료비도 정부가 보조해 줍니다. 그리고 검찰에 적발 됐을 때에도 초범일 경우에는 치료 받는 걸 약속하면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또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 19개 병원에 317개 병상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치료 시설을 이용하는 마약류 중독자는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기관을 이용한 사람이 2007년에는 410명, 그나마도 점점 줄어 지난해에는 81명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마약류 사용자를 30만 명 정도로 봤을 때 치료 받는 사람의 비율은 0.03%, 만 명 중 세 명 뿐입니다.
왜 그런지 보건 당국에 먼저 물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홍보 노력이 미흡했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리고 의료계에 물어봤습니다. 마약 중독 병원에서 근무할 의사 및 간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마약 사용자는 약을 끊을 의지가 있음에도(85%), 대부분 혼자서(53%) 노력합니다. 2010년 서울성모병원에서 마약 중독자 5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입니다. 하지만, 마약류 중독은 혼자서 치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향정신성 의약사범의 재범률은 45%나 됩니다.
서울의 한 주택에 '다르크' 간판 달다
6월 1일, 서울의 한 평범한 주택에 '다르크'라는 간판이 달렸습니다. 다르크는 25년 일본에서 시작한 마약 중독자 재활 모임입니다. 알코올 중독자의 모임처럼 마약 중독 재활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자치센터가 우리나라에도 처음 생긴 겁니다. 그곳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은지 물었습니다.
"마약류에 대한 생각이 날 때, 약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이곳 사람들은 공감을 해줍니다. 자기도 그랬다고, 그러니까 약 생각이 다시 난다고 너무 자신에게 실망할 필요 없다고...가족이나 다른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을 땐 비난부터 받았었습니다."
마약 중독 치료는 집중적인 입원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재활센터의 첫 개설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센터가 씨앗이 되어 혼자 괴로워 하고 있는 우리나라 마약 중독 재활자들이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