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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나포, 북·중 '불협화음'

입력 : 2012.05.18 10:44|수정 : 2012.05.18 17:08

억류 선박·선원 규모도 확인 안 돼
중국서 반북 여론 급속 확산


중국 어선 억류 사건을 둘러싸고 '혈맹'에 비유되곤 하는 북한과 중국이 불협화음을 빚는 기미가 역력하다.

중국의 가장 큰 불만은 북한이 이번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제때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자세한 나포 경위는 고사하고 억류 중인 중국 어민들의 신원 자료도 중국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인민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각 채널을 가동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설명을 듣지 못했다.

북한 정부는 "중국 어선 한 척이 경계선을 넘어 불법 어로를 하다가 붙잡혔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고 있다"는 수준의 답변만을 내놓았다고 한다.

어선 3척이 나포된 지난 8일 이후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런데도 억류 어민 숫자조차 확인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북중 양국의 영사 분야 협력이 얼마나 삐걱거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독자 외화벌이' 차원에서 지방의 일부 군인들이 저지른 돌출 행동이어서 북한 중앙 당·정도 정확한 사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억류 사건에는 불법 어로 행위에 대한 국가의 공권력 집행으로 보기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중국 어선을 나포한 세력들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의 선주들에게 집요하게 거액의 돈만을 요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120만 위안(약 2억 2000만 원)을 요구하다가 90만 위안(약 1억 6500만 원)으로 다소 낮추는 '융통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17일 돌연 270만 위안(약 5억 원)으로 요구액을 올리면서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선원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돈의 지급 방식을 놓고도 "단둥 어항의 쑹(宋)씨를 찾아가 내라"고 말하는 등 도저히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것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거듭해왔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숨기려는 듯 억류 선박과 선원들을 육지로 데려가지 않고 서해상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류 선박 선주 가운데 한 명인 쑨차이후이(孫財輝) 씨는 17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측이 제공한 위성전화로 선장이 말한 바에 따르면 우리 선원들은 줄곧 몇㎡ 짜리 선실에 갇혀 지내면서 먹을 것이 떨어져 이틀째 먹지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설사 향후 이 문제가 일반적인 불법 어로 단속 문제로 정리되더라도 북중 간에 이견의 소지가 크다.

이번 사건은 북한과 중국의 서해 경계선인 동경 124도 인근 해상에서 일어났다.

중국 어민들은 어선에 부착된 위성항법장비 자료를 근거로 대면서 자신들이 경계선을 넘어 북한 측 수역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중국 언론 매체들은 북한 선박에 나포되지 않고 현장에서 도주한 다른 어선의 위성항법장비에 남은 피나포 어선의 항적 자료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 속에서 나포된 선박의 항적은 모두 경계선 서쪽에 형성돼 있다.

앞으로 중국이 이런 물증을 들어 불법 조업 사실을 부인하고 나서면 북한은 이를 반박할 물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일단 겉으로는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극도로 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현재 유관 경로를 통해 조선(북한)과 밀접한 소통을 하면서 관련 문제의 조속하고 타당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은 조선에 어민들의 안전과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18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훙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하루빨리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인터넷에서는 반북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Mr_kinG'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시나닷컴 웨이보에서 "조선도 해적질을 하기 시작했다"며 "우리 어민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건 아덴만의 수법이 옮겨온 것"이라고 분개했다.

북한에 어선이 억류된 상태에서 류훙차이(劉洪才)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17일 대사관 관계자들을 이끌고 북한 농장을 지원 방문해 물품을 전달하고 몸소 이앙기까지 몰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네티즌은 이를 격앙된 목소리로 성토하기도 했다.

'思者'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류훙차이는 과연 중국인이란 말인가. 동포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