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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바마가 흑인 여기자를 선택한 이유는?

신동욱 기자

입력 : 2012.05.11 10:07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던 오바마 대통령이 마침내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그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보적인 미국 언론들은 오마마의 동성결혼 지지를 역사적 발언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노예 해방을 선언한 링컨 만큼은 아니겠지만 오바마의 결단도 인권사에 큰 족적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동성결혼이란게 먼 나라 얘기로 들리시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동성결혼 지지 여론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때문에 오바마의 이번 발표를 둘러싼 화제로 연일 미국사회가 들썩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오바마의 발표를 인터뷰한 ABC 방송의 여자 앵커 로빈 로버츠입니다. 로버츠는 ABC 방송의 간판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 진행자로 이미 유명한 여기자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로 일약 유명도가 배가됐습니다.

로빈 로버츠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입니다. 1960년 생으로 61년생인 오바마와 동년배이기도 합니다. 이미 몇차례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의 부인 미셸 여사와도 말이 통하는 사이라고 합니다. ABC방송국은 이번 특종의 배경으로 "백악관이 대통령과의 친분, 과거 인터뷰 사례, 인종, 나이등을 고려해 로빈과의 인터뷰를 택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이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발언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동성결혼이라는 이슈가 미국사회에서 매우 강한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오바마가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인 아침 방송 앵커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덜 자극하기 위해서는 심각하고 진지한 저녁 뉴스 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아침뉴스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거죠. 오랫동안 방송을 해 온 저로서도 일리가 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매우 정교하게 포장됩니다. 그것이 비록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할 지 라도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적인 메시지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한 정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 정파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입이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수없이 목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 지지 인터뷰를 로빈 로버츠와 한 것은 매우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 결혼 발언이 그의 재선이 도움이 될 지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모험이라고 하기도 하고 도박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일단 발표의 방법과 형식에서 오바마가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여론이 어디로 흐를 것인지는 좀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