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이후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구호단체들이 곤경에 처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빈 라덴의 소재를 추적하는데 이곳 작은 마을에서 일하던 의사 한 명이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사는 파키스탄 당국에 끌려가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CIA 요원을 소개받았다고 자백하는 바람에 지역 내 여러 구호단체들이 당국으로부터 심한 감시를 받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샤킬 아프리디(48)라는 이 의사는 작년 미군의 작전이 있은 지 며칠 뒤부터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억류돼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는 이 의사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빈 라덴 추적에 도움을 준 이 의사가 영웅이며 보호받아야 할 인물이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개인적으로 그의 석방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파키스탄 군부는 의사를 반역자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자기네 영토에서 미군이 허락받지 않은 작전을 펼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역 혐의가 적용될 경우 이 의사는 처형당할 가능성도 있다.
파키스탄 군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를 시범케이스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던 단체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
파키스탄 정부와 서방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아프리디는 파키스탄 군 정보국인 ISI 조사관들에게 '세이브 더 칠드런'이 자신을 CIA에 소개했다고 털어놓았다.
세이브 더 칠드런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펄쩍 뛰었다.
수사당국으로부터 고문을 받은 이 의사가 관련없는 단체를 희생양으로 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작년에 1억500만 달러를 지출하며 파키스탄 내 취약계층 여성 및 어린이 700만명을 지원했지만 요즘은 당국으로부터 엄격하게 감시를 받고 있다.
단체의 지도부는 출국금지 명령을 받았고 다른 직원들은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구호물품도 세관에 억류돼 약 3만5천명의 유아들이 3개월간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당국이 직원들의 전화도 엿듣는다.
다른 구호단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파키스탄 당국은 구호단체 직원들이 스파이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구호단체 직원들이 민감한 현안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정보요원으로 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파키스탄 현장 매니저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CIA가 이 문제에 답을 해주고 당국의 탄압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