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州) 동부 해안의 휴양도시인 버지니아비치에 살고 있는 콜비 스미스 씨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엄청난 굉음을 들었다.
곧이어 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 스미스 씨는 침실 창을 통해 바깥 상황을 살폈고, 거대한 화염이 치솟는 것을 발견했다.
공포에 휩싸인 채 부랴부랴 마당으로 뛰어나온 그는 피를 흘린 채 누워있는 비행기 조종사를 발견해 이웃주민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버지니아비치 주택가 한가운데서 발생한 미 해군 F/A-18D 호넷 전투기 추락 사고에 대해 미 언론은 '금요일의 기적(Friday Miracle)'이라고 표현했다.
평일 대낮에 전투기가 저층 아파트에 추락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40여 가구가 피해를 봤지만 9명의 부상자만 발생했을 뿐 지금까지 사망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서도 전투기 조종사 2명 중 1명만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뿐 나머지 8명은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7일 "어제 저녁까지 실종자로 분류됐던 3명이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돼 일단 이 지역 주민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자가 있을 수 있어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날벼락'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추락한 전투기의 연료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군 당국 등은 설명했다.
조종사 2명의 기지에 의한 것인지 전투기의 고장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락 직전 연료가 모두 지상으로 뿌려지면서 추락 뒤 화재가 광범위하게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종사 2명이 추락 직전에 비상 탈출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민간인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한 조종사는 낙하산을 맨 채 아파트 인근에 떨어진 뒤 한 주민에게 "집을 무너뜨려서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사고 직후 긴급 출동해 발빠르게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ㆍ구급대원들과 현장에서 이들을 도운 지역주민들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해군 관계자는 "전투기에는 견습생과 경험이 풍부한 교관이 타고 있었다"면서 "이들은 이륙 직후 심각한 엔진 결함이 있는 것을 알고 군 기지로 돌아오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이날 추락한 전투기가 1980년대 초반에 투입된 기종이라면서 이번 사고로 군 안팎에서 노후 전투기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