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지난 2월 한 교도소에서 코란을 소각한 직후 이란 당국은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에게 긴급 지령을 내렸다.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 대중들의 분노를 최대한 자극해 반미 폭력시위가 전국을 뒤덮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 작전은 이란에서 파견된 요원은 물론 이란에 협조하는 아프간인들도 총동원됐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아프간에서 대대적인 반미 소요사태를 부추길 의지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특히 이란의 이런 시도는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서방권을 상대로 대대적인 보복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란 소각 파문 당시 이란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든 대표적인 곳은 이란-아프간 접경지인 헤라트주(州)였다.
당시 현지에서는 대규모 반미 시위가 발생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7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했다.
총격전의 와중에 탄약을 실은 경찰 트럭이 폭발하면서 폭력사태는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이란은 코란 소각 사태를 전국으로 확산하거나 지속적으로 끌고가는데 실패했다.
미 당국은 이란이 적절한 선에서 의도적으로 멈춘 것인지, 아니면 작전 역량에 한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카불 주재 이란대사관이 반미운동 선동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도 코란 사태가 그 정도에서 진화된 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아프간 소요사태의 배후설을 부인하지만, 미국은 이란이 중동과 남아시아 전역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차원에서 당시 상황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퇴진한 이후에도 사회불안이 지속되는 예멘에서 반군과 기타 정치세력에 무기를 비롯한 각종 군수물자를 공급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반군의 저항으로 갈수록 입지가 약화되는 시리아 정부에도 무기와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의 워싱턴 주재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것이나 최근 인도와 그루지야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외교관 테러미수 사건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 정보당국 내에서는 이란이 이들 작전에서 모두 실패하면서 테러 역량에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최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이란은 아프간에서 반미 소요사태를 조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코란 소각 파문을 더 끌고 갈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란과 현지인의 관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