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넉 달 앞으로
이름: 달마 말하스
나이: 18세
키: 160 센티미터
성별: 여성
수상실적: 2010 청소년 올림픽, 승마 장애물비월경기 동메달
일반적인 승마 선수의 프로필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 한 가지 사항이 더해지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국적: 사우디 아라비아
이 ‘국적’ 때문에 말하스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합니다. 그녀가 ‘사우디 아라비아’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여성들의 스포츠를 금지하는 나랍니다. 학교에서 여학생은 체육 수업을 받을 수 없고, 공공 장소에서 여성들은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여성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그럼, 모든 이슬람 국가들이 여성의 올림픽 참가를 금지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 여자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 나라는 단 세 곳.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브루나이입니다. 이 가운데 카타르는 올해 런던 올림픽부터 여자 선수를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2020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섭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압력도 거셉니다. 하지만 아직 사우디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달마 말하스’에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우디가 런던 올림픽에 첫 여성 선수를 출전시킨다면, ‘달마 말하스’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궁금하더군요. 여성의 운동이 금지된 나라에서 말하스가 어떻게 승마를 배웠을까요? 역시나, 말하스는 ‘국적’이 사우디 아라비아일 뿐, 사우디에서만 산 건 아니었습니다. 또 일반화하기는 힘든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습니다. 말하스는 1992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은 시절 승마 선수였던 말하스의 어머니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라는 도시에 개인 승마장을 갖고 있었는데요, 어머니의 승마장에서 말하스는 네 살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자라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여러 해 동안 전문 코치에게 본격적인 훈련을 받았습니다. 재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제 1회 유스 올림픽 때는 IOC가 직접 말하스를 초청했고, 말하스는 자비로 이 대회에 참가해 동메달을 땄습니다.
여성의 스포츠가 금지된 사우디에서 말하스가 지금 첫 ‘올림픽 출전 여성 선수’ 물망에라도 오를 수 있는 건, 이렇듯 말하스의 특별한 가정 환경과 경제력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올림픽에 여자 선수를 내보내기로 한다면, 당분간은 이렇듯 해외에서 자라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사우디 국적의 여성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사우디 국내에서 여성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는요.

말하스는 요즘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합니다. 말하스의 어머니가 이루지 못했던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이루고, 나라를 대표하고, 나라의 이름을 빛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들떠 있습니다.
사실 여성의 올림픽 참가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고대 올림픽 때는 출전은 물론이고 관람도 불가능했고, 1896년 근대 올림픽이 부활되면서도 처음엔 여성 출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2회 대회인 파리 올림픽 때 처음으로 두 종목에 한해 여자 선수가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 1948년 런던 올림픽 때에서야 처음으로, 창던지기 종목에 ‘박봉식’선수가 첫 여성 선수로 출전했고요. 이 ‘첫 여자 선수들’이 있었기에 지금 김연아, 장미란 같은 선수로 이어질 수 있었겠죠.
지금 우리에게 ‘당연해’ 보이는 것도 처음엔 누군가의 투쟁과 중대한 결심으로 이뤄졌을 테지요. 사우디 아라비아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우리는 올 여름 런던에서 말하스 선수를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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