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판 직후 걸려 온 항의 전화
며칠 전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와 관련한 글을 하나 썼습니다. 뻔뻔한 삼성에게 필요한 건 '상식'이라는 제목으로요.([취재파일] 뻔뻔한 삼성에게 필요한 건 '상식' ☜다시보기) 지나치게 까다롭고 엄격한 보안검색을 의아하다 여겼는데, 알고 보니 공정위 사건으로 강화된 보안 지침 때문이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는데 반응이 극명히 갈렸습니다. 지적에 공감한다는 내용과 당신의 특권의식이 역겹다는 내용으로.
제가 거론한 '뻔뻔함'과 '상식'이 결국 문제였습니다. 사실 지적의 핵심은 지금까지 삼성이 해 온 상습적인 조사 방해와, 이를 위해서 내세운 보안 절차와 관련한 원칙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정문에서는 원칙을 요구하면서 그 동안 사무실에서는 증거를 인멸한 행동이 뻔뻔하고 상식 밖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불만을 표하신 분들은 기자 노트북을 밀봉하도록 한 것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제 불편함과 불쾌함 때문에 기사를 쓴 것 아니냐는 거지요. '감히 기자 노트북을 밀봉하느냐'는 식의 이야기가 보기에 거슬렸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물론 제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듯, 저 역시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어야 건강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봤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의심의 눈초리로. 그렇게 읽어보니 일면 그리 읽힐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일부분 오류도 발견했습니다.
우선, 제가 상식을 거론하며 지적했던 노트북 밀봉은 제가 틀렸습니다. 보안을 위한 규정이고, 보안이 생명인 기업에 노트북을 밀봉하지 않고 들여보내 주는 것은 융통성일 수는 있지만 상식이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특혜를 주장하며 언성을 높인 꼴이 됐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흙이 묻었으니, 달 아닌 손가락을 쳐다보는 게 당연하지요. 명쾌한 글을 쓰지 못한 제 부족함 탓입니다. 관계자 분들과 독자 분들께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하지만 제 글의 핵심이 제 불편함을 부각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예상대로 삼성은 담당자들의 징계 수위를 높이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회장님이 크게 화를 내고 강하게 질책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매번 비슷한 일이 터져나올 때마다 익히 보아왔던 반응들이었습니다. 지금껏 공정위 조사를 가장 많이 방해했던 곳이 삼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삼성의 이번 반응을 오롯이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켜볼 일 입니다.
삼성 분들에게 "출입기자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는 항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출입기자 신분으로 회사 분들을 자주 만난다고 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거나, 기사에 날을 세우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번거롭게 해드린 것이 죄송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역할이니까요.
저는 기자가 특별하다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대접을 받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여전히 기자는 특별함을 당연시하고, 무례하고, 비겁하고, 염치없다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되짚어 볼 점이 많은 대목입니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생활하겠습니다.
기술과 실적으로 단연 글로벌 선두 기업인 삼성이 윤리적으로도 그러길 바라는 건 비단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일부 임직원의 그릇된 인식으로 이번 일이 발생했다"는 삼성의 이번 발표가, 진심인지 땜질인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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