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마찰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서귀포시 강정마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인권위는 해군기지 공사부지에서 발파가 시작돼 대규모 집회로 충돌이 우려됨에 따라 지난 8일 조사관 7명을 제주에 파견했다. 이들은 11일 낮까지 강정마을에 머물며 경찰의 진압 및 연행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하고 폭력행위를 예방하는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주민과 활동가들은 인권위가 현장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인권위 조사관이 왜 구경만 하고 있느냐"고 외치며 폭력행위나 불법증거수집 등에 대해 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촉구했다.
일부 주민은 경찰의 과잉 진압, 불법 채증, 성추행 등의 사실을 인권위에 얘기해도 나아지는 게 없다며 좀 더 실제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지난 9일 진보신당 전우홍 국회의원 예비후보 부상 당시나, 10일 해경이 강정마을 앞바다에 들어간 활동가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에도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채증이나 불법행위 만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 파견을 총지휘한 인권위 정상영 기획조사팀장은 이런 현장 상황에 대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적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주민들이 공사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호송버스를 막거나 공사현장 벽을 손괴하는 행동에 대한 위법의식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며 "이처럼 (불법 행위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주민들이 격하게 반응하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다 보니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명백한 인권 침해 상황이면 시정과 응급구조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지만 체포 등 공권력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