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지원을 좀 빨리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다음달 15일이 북한에서는 중요한 김일성 100회 생일인 태양절 등이 있기 때문에 그전에 받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지원량도 지원 받기로한 24만톤 가운데 가급적 초기에 좀 많이 받기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에 미국측은 대북 영양지원품이 운송되는 시기를 전후해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의 방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이 영양지원품을 받으려면 IAEA 사찰단과 협의해서 언제 방북을 허용할지가 결정돼야 합니다. 조만간 북한과 IAEA간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영양지원품 전달 시기도 곧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달 북미회담도 그렇고 이번 영양지원 회담을 보면 북미간 협의가 비교적 잘 풀려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올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란 핵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를 잘 관리해 나갈 필요성이 있고, 북한으로서도 이제 막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체제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대미 관계에서 대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남북관계입니다. 이번 영양지원 회담에서도 보면 모니터링 문제를 두고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의 다 수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협상장에서 북한이 보여온 태도와는 많이 달랐다는 그런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그만큼 다급하고 절박하다는 얘기일수도 있겠습니만, 안타깝게도 최근 남북관계는 점점 안좋아지는 상황입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대남 비방이나, 기대를 모았던 뉴욕에서의 남북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동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어떻게든 북한 대표와 접촉해보려던 우리 정부 입장이 좀 민망해졌습니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북미관계는 대화모드로 급진전되는 모양새여서, 미국과는 대화하고 남측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이른바 '통미 봉남' 전략속에 남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게 아니냐하는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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