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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가 상속 재산 소송, 그룹 지배구조 흔들까?

정명원 기자

입력 : 2012.02.29 17:07|수정 : 2012.03.01 13:18


법무법인 예상 수임료만 1000억 원에 해당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상속 소송인 삼성 가문의 상속 재산 소송이 연일 관심입니다. 재벌 가문 자제들의 재산 관련 싸움이라는 드라마적 요소도 있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와도 연결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취재를 해 보니 소송의 발단이 된 것은 국세청 직원의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당초 국세청이 공문을 보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은 지난해 6월쯤 국세청 직원이 이맹희 전 회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와 "상속인들이 지분을 포기하고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를 한 것이냐" 는 확인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파악한 이건희 회장 측이 알려진 대로 이맹희 전 회장 등 상속인들에게 공문을 보내 '선대 회장의 재산은 상속 당시 분할이 결정됐고 모든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 재산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없다는 내용에 서명을 하고 서울지방국세청에 보내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삼성 측은 "반드시 서명이 필요하거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 절차를 갖추려고 보낸 공문" 이라고 말합니다. 삼성의 일관된 입장은 1987년 1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일본으로 출가한 딸을 제외한 자녀들을 불러 재산 분할에 관해서 결론을 내렸고, 이런 유지대로 87년 11월 19일 사망 즉시 이건희 회장이 단독 상속으로 그룹을 물려받았다는 겁니다. 특히 당시에는 기업공개촉진법 때문에 오너의 지분이 회사의 10%를 넘을 수 없어서 대부분의 기업이 차명 형태로 재산을 관리했고 그 사실을 다른 상속인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차명재산도 이미 그 때 결론이 난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 이숙희 씨 법률 대리인은 삼성 특검에서 드러난 차명재산 4조5천억 원은 예외이며 이 재산이 상속 대상이란 것을 인지한 시점도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을 삼성생명 주식으로 실명화를 끝내고 공시를 한 2009년 2월 12일 이라고 주장합니다. 상속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또는 상속 재산을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분할 요구를 해야 시효 문제가 안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맹희 씨가 2012년 2월 12일 전에 서둘러 소송을 낸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속 대상이 되는 지 아닌 지 시효가 지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관한 부분은 재판 전에도 어느 정도 판가름이 가능합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건희 회장 자녀 등 일가가 삼성 에버랜드 지분을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삼성전자가 삼성카드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삼성 에버랜드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데 현재의 지분 구조로는 삼성 에버랜드 최대 주주가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일부에서는 이맹희 씨가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00주를 반환하라는 내용을 소송에 포함시킨 점을 들어 현재는 상징적으로 100주라고 했지만 재판에서 유리한 입장이 되면 1998년 삼성 에버랜드가 사들인 삼성생명 주식 19%에 대해서도 상속 비율대로 나누자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런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생명 주식 가운데 CJ우호지분, 삼성 우호지분, 신세계 우호 지분이 엇비슷해 진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가정에 가정을 더한 논리이고 변수도 많은 주장입니다.

             
 

오히려 만약 이건희 회장이 소송에 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삼성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삼성그룹이 가장 고민스러워 했던 점이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였습니다. 삼성 특검 전에는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가 에버랜드 였는데 공정거래법과 금산법에 따르면 삼성생명 최대 주주가 법인이 되면 그 회사는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계열 금융회사는 제조업체의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그룹은 법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4% 미만으로 낮춰야 했습니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 회견 이후 시작된 삼성 특검 수사 결과로 차명재산 4조 5천억 원이 불거졌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자연스럽게 이 차명재산을 실명화 할 수 있게 됐고, 이러면서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지분 20.76%를 보유한 이 회장이 됐습니다. 그룹의 고민도 해결돼 버렸습니다. 에버랜드는 19.34%로 삼성생명의 2대 주주가 됐고, 삼성문화재단이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이 4.6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CJ측은 3.5%(제일제당 3%, CJ오쇼핑 0.5%), 신세계측은 11.07%(신세계 3.69%, 이마트 7.38%) 정도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만약 이 회장이 소송에서 패소해 다른 상속인들에게 삼성생명의 지분을 나눠주게 되면 이 회장의 지분이 10.55%로 낮아져 삼성생명의 2대 주주로 내려서게 되고 에버랜드가 다시 최대 주주가 된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앞서 말씀 드린 공정거래법과 금산법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4%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집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핵심 근거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우호 지분이라는 변수를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우호 세력인 삼성문화재단이나 삼성생명 공익재단, 그리고 에버랜드의 지분 중 일부를 블록세일 형태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에버랜드의 지분을 줄이고, 이 회장의 지분을 늘려 최대 주주 자리만 유지하면 소송에 진다고 해도 그룹 지배 구조는 지금과 변함이 없게 돼 논란의 여지가 없게 됩니다.  

물론 이 회장이 그만한 돈을 조달할 수 없어서 삼성생명 지분을 4% 미만으로 낮춰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을 잘 들여다보면 설사 삼성생명의 지분이 4% 미만으로 떨어져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등장하는 계열사 이름은 바뀔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영권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최대주주 삼성생명이 지분 7.21%를 보유한 것을 포함해 삼성물산 4.06%, 삼성화재 1.26%, 이건희, 홍라희, 이재용,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우호세력이 지분 17.56%를 보유하며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는 씨티은행이 5.3%, 국민연금이 5.6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분 보유는 17.56% 이지만, 의결권 행사는 현행법 상 15%까지 밖에 못하기 때문에 2.56%는 사실상 초과 지분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삼성생명 지분을 4%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지분 3.21%를 팔더라도 삼성물산이나 이건희 회장 일가가 0.65%만 매수하면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15%는 그대로 지속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삼성가문의 상속 재산 소송은 지금 거론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아니라 합의금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계에서 이 소송이 끝까지 재판을 지속하고 거기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습니다. 적절한 단계에서 합의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기 싸움을 양측이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의 경우 합의금이 소송 가액의 30~5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맹희, 이숙희 씨가 낸 소송액 9000억 원 가운데 4천억 원 정도는 지불될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성공보수를 감안하면 1000억 원 정도는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물론 끝까지 재판을 벌여서 어느 한 쪽이 이기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 역시 '그들만의 돈 문제' 일 뿐 대한민국 최대 기업 경영권이 바뀌거나 흔들리는 '국가적 문제'까지 발전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