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IT전문가 ‘타미 조던’은 요즘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영상 때문입니다.
(https://youtu.be/kl1ujzRidmU ☞영상보기 클릭) 8분 정도 되는 이 동영상은, 타미 조던이 딸의 '만행'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위해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것인데요, 18일 보도된 내용을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https://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091316 화근은 페이스북이었는데요, 딸 '한나'가 페이스북에 친구들만 볼 수 있게 부모 험담을 올린 걸, 아버지 조던이 우연히 보게 된 겁니다. (일부 언론에는 아버지가 IT전문가라서 볼 수 있었다고 나오기도 했는데, 그건 아니고요. 딸이 노트북을 켜 놓은 채 자리를 비운 사이, 아버지가 다른 사진 보려다 문제의 '험담'을 봤다고 합니다.) 조던이 올린 동영상에는 이 험담을 출력해서 읽어주는 부분이 있는데요, 뉴스 기사에는 다 담을 수 없었던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나는 부모의 노예가 아니다. 집안 일 좀 그만 시켜라. 일찍 일어나서 학교 다녀오고 집안일까지 하고 나면, 나는 너무 피곤하다. 집안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이제부터 집안 일 시킬 거면 돈을 달라. 다음에는 커피 따라 달라고 하면 확 쏟아버리겠다. 그리고 늙어서 **도 못 닦을 정도가 돼 나한테 도와 달라 해도, 소용 없을 거다. (** 부분은 비속어라 방송에서 '삐' 처리를 했습니다.) '
제가 조던이더라도 딸의 이런 험담을 보면 충격에 뒷목 잡고 쓰러질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조던은 딸의 험담을 프린트한 종이를 구겨 던지며 열변을 토합니다.
'집안일을 뭘 그렇게 많이 시켰냐. 응당 해야 할 일이고, 양도 많지 않았다. 네가 하는 일이라야 아침에 일어나 버스 타고 학교 가는 게 전부 아니냐.' 그리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가 이어집니다. '내가 너만할 때는 집안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학비도 벌고,,,' 이어서 조던은 딸에게 너무 실망했다며, 권총으로 딸의 노트북 컴퓨터를 마구 쏘아 버립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조회수 2천 7백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조던의 페이스북에는 '잘했다', '아버지의 승리', '진정한 부모 노릇'이라는 지지의 글의 이어지고 있고요.
조던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ommyjordaniii/posts/299559803434210그러나 지지하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딸이 쓴 험담을 읽었다면, 부모로서 험담의 원인을 제공한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란 댓글도 있었습니다. '어른답지 못하다', '딸에게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 의견도 마찬가집니다. 기사를 쓰면서도 참 씁쓸했거든요. 조던의 딸은 15살입니다. 15살, '질풍노도의 시기'가 절정에 이를 때죠. 물론 이 일생일대의 '반항의 시기'를 조용히 넘기는 자녀들도 있겠습니다만, 저 역시도 15살엔 일기장에 부모님 험담도 쓰고 비밀 얘기도 쓰고 했습니다. 당시엔 노트북 컴퓨터도 페이스북도 없었지만, 대신 '자물쇠 달린 일기장'을 열쇠로 꼭꼭 걸어두고, 열쇠를 보물처럼 모시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반항기에 부모 험담 좀 썼다고, 그 자식이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커서도 두고 두고 험담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한 차례 지나가는 '감기'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자녀가 그 불만을 직접 부모에게 말할 수 있는 거겠죠. "엄마 아빠, 제가 이런 이런 점은 좀 불만이니,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자녀 관계, 집안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면, 그 자녀는 더 쉽게 '반항의 사춘기'를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부모 잠언'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만일 어렸을 적 당신의 부모가 그 어떤 흠도 결점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한 치의 오류도 보이지 않는 교과서 같은 부모,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은 어머니였다면 어땠을 것 같은가? 생각만 해도 기분 좋고 신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아는가, 커가는 아이들에겐 무언가 불평거리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겐 누군가 비난의 대상이 필요하며, 안됐지만 그게 바로 우리들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들에게 무언가 불평하고 비난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 … (중략) … 결국 자녀는 부모를 상대로 불평하고 비난하게 마련이다. 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모가 완벽하면 또 완벽하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불평하고 항의할 수 있다. 이는 절대 피해갈 수 없다. 다만 우리는 바랄 뿐이다. 훗날 아이들이 자라 부모가 됐을 때, 우리가 그리 완벽하지 않은 부모였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깨달을 수 있기를. "(<부모잠언>-리처드 템플러)
논란이 커지자 조던은 미국 언론사들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방송 출연과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한다는 말과 함께 비난을 의식한 듯 자신은 양식있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딸 한나는 사람들 걱정처럼 상처받지 않고 잘 극복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 문제의 '총알 박힌 노트북 컴퓨터'는 이베이에 올려 딸의 학자금으로 쓸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하는군요. 조던의 말처럼 딸이 이 상황을 잘 극복했을까요. 마음에도 총알이 박힌 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