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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세트 속 3천만 원…비리의 몸통은 대기업

이경원 기자

입력 : 2012.02.17 13:06|수정 : 2012.02.17 14:20


설 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달 17일.

조경업체를 운영하는 57살 김모 씨는 수원시의 한 고위 공무원의 집을 찾아 한우갈비세트를 선물했습니다.

갈비세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현금 3천만 원.

5만 원짜리가 100장씩 6묶음이 있었습니다.

이 공무원은 시청 감사관에 자진신고를 했고 결국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됩니다.

김 씨는 애초에 교회 헌금이 잘못 전달됐다며 발뺌했지만, 경찰은 김 씨가 시 발주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소규모 조경업자의 단순 '설날 떡값'에 그칠 뻔했던 이번 사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떡값의 배후가 따로 있던 겁니다.

김 씨는 단순 전달자일 뿐이며, 수원 지역에 33만 평 규모로 민간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형 건설업체 현대산업개발이 몸통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그간 김 씨의 은행계좌를 추적했지만 성과가 없어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던 터.

수사는 다시 탄력이 붙었고,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 계좌에서 3천만 원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황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개발 프로젝트에서 주거시설의 경우 준공 승인을 받았지만, 복합상업시설은 아직 승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로와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 문제로 시와 갈등도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전달을 지시한 사람은 해당 건설업체의 본부장인 55살 이모 씨로 확인됐고, 결국 17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 임직원 등 3명도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본부장 이 씨가 조경업자 김 씨와 해당 공무원이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배달을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현대산업개발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편의를 봐달라는 이유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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