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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의' 대형병원 의료사고 논란

입력 : 2012.02.06 05:25

유족 "1천건 달성위해 수술강행"…병원 "환자측 일방적 주장"


서울의 한 종합병원 소속 유명 외과의사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사고를 낸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유족이 병원 측의 무리한 실적주의를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거액을 주고 '스타 의사'를 데려온 대형병원이 '연간 1천건' 등으로 수술 횟수를 홍보하기 위해 개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수술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일정을 앞당겨 폐암 수술을 해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종합병원 흉부외과 과장 A씨 등이 고소된 사건을 검찰에서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유족 등에 따르면 직장암 수술을 받고 경과를 보러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은 박 모(61)씨는 양쪽 폐에 암이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2월12일 흉부외과의 A씨를 소개받은 박 씨는 곧장 입원해 12월21일 우측 폐 수술을 받았고 보름 정도 지난 올해 1월6일 좌측 폐 수술을 받았다. 박 씨는 이후 고열과 폐렴 증세를 보이다가 1월18일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숨진 박 씨 부인은 고소장에서 "의사가 2011년 수술 건수 1천건 달성을 위해 피해자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술을 했으며,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급한 수술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수술이 이뤄졌으며, 애초 병원 측은 "한달 간격을 두고 양쪽 폐를 순차적으로 수술할 것"이라고 설명해놓고도 의료상식에 어긋나게 약 2주 만에 2차 수술을 했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TV에 출연하기도 했던 담당의사는 2010년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다가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 종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병원 흉부외과는 지난해 수술 1천건 달성 자축 행사를 최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죽지 않을 환자가 사망했는데 의사는 사과는 물론 설명도 없었다"며 "실력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게 스타의사 영입경쟁의 그늘 아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병원 측은 "환자가 중환자였던데다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답하기 어렵다. 고발장 내용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환자 측의 일방적 주장을 두고 이렇다저렇다 답하기가 현재로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실적주의가 사고 원인이라는 유족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경영방침이 '수술 잘하는 병원'일뿐 경쟁적으로 한 건 아니다. 1천건 달성했다는 것도 연말에 더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내부적으로 케이크 놓고 조촐하게 자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술은 옆 병원에서 더 많이 한다. 모 병원의 경우 '수술 공장'일 정도"라며 "(우리는) 대외적으로 현수막 걸고 자랑하고 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병원은 홈페이지에 신장과 간 이식 등의 수술 달성 건수를 홍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병원들이 최근 실적을 우선으로 추구하면서 생명윤리와 환자 안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실제로 (유명) 의사를 영입해 수술 건을 배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이 목표 달성에 매달리는 것을 우려하는 부분이 크다. 심장이식수술이나 로봇수술 등도 병원들이 혈안이 된 분야"라고 지적했다.

강 사무총장은 "다른 병원과의 경쟁에서 수술을 남발하게 되면 환자에게 수술 전에 필요한 검사나 건강상태에 대한 검토 등이 생략될 수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을 하는 경우 환자의 건강보호 측면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