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이른바 '대세'는 고양이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미키마우스에 달마시안, 도날드덕, 상상속의 녹색 괴물인 슈렉을 넘어 스타 자리를 거머쥐었죠. 이 스타일리시한 동물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요즘엔 한국에까지 '고양이 카페'가 등장할 정도로 애완동물로서도 선풍적인 인기죠.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동물입니다. 같은 크기의 개에 비해 털갈이가 잦은데다, 침으로 털을 고르는 버릇이 있는데, 이 고양이 침 속의 단백질이 털에 붙어 함께 공기중에 날리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부유물은 매우 가벼워 쉽게 부유하고 천천히 침전되는데요, 이렇다보니 아토피 피부염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인 집먼지진드기보다도 흡입량이 10배에서 100배나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 확인차 개와 비교해 직접 빗질을 해봤는데요, 빗에 딸려나오는 털과 각질의 양이 개에 비해 5배에서 10배 가까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가급적 멀리 해야 할 해가 되는 동물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기 때부터 고양이를 키울 경우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코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닿는 알레르기 증상 발생 물질이 많은데도 왜 어렸을때부터 키우면서 자랄 경우 알레르기 질환에 오히려 더 강해질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토피 피부염을 포함한 '알레르기 질환'의 정확한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이란 특정 이물질이 인체에 흡수되거나 피부에 닿을 경우,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이 아닌데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나타나는 만성 염증질환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고양이 털 같은 이물질은 원래는 인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는 물질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고양이 털이나 침속 단백질이 인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음에도, 몸속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뜻이죠. 이를 뒷받침하듯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고양이 털은 별다른 악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자, 여기서 좀 더 어려운 개념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이른바 '위생가설'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인데요, 내용인즉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다 보니 몸속 면역체계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해서, 미처 면역체계에 정보가 축적되지 않은 미지의 이물질이 몸속에 들어올 경우 면역 과잉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겁니다.
별 해가 없는 이물질을 우리 몸에 침입한 해로운 세균인줄 알고 면역 시스템이 방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염증이 생기게 된다는 겁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아기 때부터 접하게 하면, 조금 실내환경이 지저분해지더라도 아이들의 알레르기에 대한 내성은 더 높아진다는 얘기죠.
하지만 이 '위생가설'도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은 '담배가 암을 일으키는가'라는 문제처럼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바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있는 수준의 정보에서 굳이 결론을 내자면, "고양이를 무턱대로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는 가급적 집안에서 키우는 건 피하자. 또, 만약 키워야 할 경우 실내 환기를 열심히 하고, 털도 자주 골라주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고양이처럼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 원인 중 하나는 '링클프리', 즉 주름이 가지 않는 면바지와 약품 처리된 청바지입니다. 이들 옷에는 형태보존을 위해 포름알데하이드 레진이라는 화학 첨가제가 들어가는데요, 대부분의 알레르기 질환 악화 요인들이 일반인들에겐 별 악영향을 주지 않는 물질이라면, 이 포름알데하이드는 일반인들도 반드시 피해야 할 독성 물질입니다.
영화 '괴물'을 보면 미군이 한강에 버리는 화학약품이 바로 이 '포름알데하이드'인데요, 가구의 칠이나 벽지의 접착제에도 다량 함유돼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 물질입니다. 이같은 해로운 화학약품이 우리 피부에 맞닿는 옷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포름알데하이드의 위험성은 비단 아토피 피부염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종협/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 포름알데하이드는 몸에 축적돼서 빠져나가질 않아요. 알레르기를 일으킬 뿐 아니라 DNA구조를 바꿔버릴 수도 있죠. 결과적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고 이같은 악영향은 후세에도 유전을 통해 전해질 수 있어요.]
이런데도,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연구와 조사가 부족해 의류제조회사의 성분표시 의무조차 아직 없는 실정입니다. 수술장갑, 미장원의 파마용 장갑, 콘돔 등에 쓰이는 라텍스도 아토피 피부염 악화의 원인입니다. 고무에서 추출되는 라텍스는 워낙에 입자가 작다 보니, 장갑형태로 착용할 경우 피부속에 스며들어 역시 면역 시스템의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겁니다.
이런 생활속 숨은 원인물질에 노출되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대기속 환경오염물질이 늘면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경부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생의 경우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지난 10년간 29.2%에서 35.5%로 늘었고, 중학교 1학년생은 11.7%에서 24%로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일단 걸릴 경우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청소년기까지 계속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만성질환인데다, 유전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의 연구 결과, 부모 모두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적이 있을 경우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확률은 41.7%, 어머니만 아토피일 경우 아이는 30.7%, 아버지만일 경우 아이는 22.2%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경우, 피부 형성에 필요한 몸 속 단백질과 관련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 유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한번 걸리면 잘 낳지 않는데다 아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토피 피부염.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면, 온갖 민간요법을 다 시도하게 되는게 일반적입니다. 쌀뜨물에 녹차 목욕, 벌침을 활용한 봉독 요법까지 별의 별 방법이 다 시도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를 더 고생시키는 잘못된 치료법입니다.
첫째, 잦은 목욕이나 비누 사용이 아토피 피부염에 좋지 않다고 하는 얘기. 결론부터 말하면 강산성 비누를 가급적 쓰지 말라는거지 비누를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비누를 쓰지 않을 경우 아토피 피부염 부위에 세균까지 스며들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그러니 약산성 비누로 주기적으로 씻겨주는게 도움이 됩니다.
둘째, 스테로이드 연고가 무작정 나쁘다는 잘못된 상식도 아이들을 고생시킵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적절한 강도로 환부에 바르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무턱대고 고기나 계란, 콩 등 단백질 음식을 피하는 것도 잘못된 상식입니다. 음식이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하는 시기는 백일때부터 만 두돌때까지로 그 이후에는 이들 음식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원인은 우리 생활속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정작 뾰족한 치료법은 나와 있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반응 물질의 종류와 증상의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악화 물질이나 유발 가능 물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기 몸의 성질에 따라 이들 물질을 사전에 피하는 것, 그리고 적절한 운동과 신뢰할 수 있는 의학적 대응으로 증상을 가급적 완화시키는 것은 환자나 가족 스스로가 실행 가능한, 가장 최선의 대응책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