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 실종…돼지 수·무게 속여 16억 더 받아
막아야 할 담당 공무원은 눈 감고 허위공문서 작성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구제역 보상금 부풀리기'가 검찰 수사로 처음 확인됐다.
특히 국가적인 재앙을 틈타 알만한 축산식품ㆍ유통기업의 임원이 앞장서 국고를 노렸고, 담당 공무원이 이를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나타나 시름에 잠긴 영세 축산 농민을 두번 울렸다는 지적이다.
25일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구제역 보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도살처분한 매몰 소·돼지 수가 부풀려졌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나돌았다.
같은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경기북부의 최대 축산 기업인 A업체가 보상금을 부풀렸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다.
A업체는 지난해 1월 국내 축산업계를 초토화한 구제역으로 기르던 돼지를 땅에 묻어야 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매몰한 돼지 수를 부풀려 포천시에 신고했다.
실제 2만 68마리를 묻었지만 2만 9천570마리를 묻었다고 무려 9천502마리나 부풀렸다.
돼지 체중과 연령도 속였다.
어린 돼지의 경우 최하 8만 5천원인데 비해 성숙한 돼지는 최고 14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당 100만 원 넘게 보상금을 더 받으려 한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같은 범행을 알만한 기업체 대표 윤 모(69)씨 등 임원 3명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 결과 임원 3명이 범행을 지시하고 직원들은 그저 따라했다는 게 밝혀졌다.
이 업체는 경기북부지역에 직영 돼지농장 3곳과 위탁농장 10곳을 운영하는 꽤 규모가 있는, 알만한 축산 식품·유통기업이다.
이번 범행은 담당 공무원의 조력으로 가능했다.
이 공무원은 A업체 임원의 부탁을 받고 직영 농장의 매몰 돼지 수를 1천770마리 부풀려줬다.
검찰은 돈을 받고 도왔으리라 판단하고 수사했지만 금품 거래 등 대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또 9개 위탁농장주는 임원들의 요청으로 매몰 돼지 수를 실제보다 많게 담당 공무원에게 알려줬다.
이같은 내용은 A업체에서 압수한 이중장부에서 확인됐다.
장부에는 실제 매몰한 돼지 수를 기록한 장부와 돼지 수를 부풀려 예상되는 보상액까지 세세하게 기록돼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신고한 매몰 돼지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만 104억원.
이 가운데 28억 원은 부풀려진 금액이다.
정부는 통상 3차례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A업체는 2회까지 보상금 72억 8천만 원을 받았다.
이중 더 받은 금액은 16억 원.
검찰은 수사 직후 15억 원을 환수했다.
경기도북부청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지난해 구제역으로 1천263농가가 손해를 입었다.
보상금은 93%가량 지급돼 농민들이 여전히 구제역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분할 지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형 농장이 보상금을 부풀려 받는 사이 영세 농민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땅에 묻은 가축 수를 공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틈을 노린 범죄"라며 "인접 자치단체에서 살처분 두수를 확인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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