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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 없어도 지를 수 있는 최고의 방법?

김범주 기자

입력 : 2012.01.17 15:46|수정 : 2012.01.17 16:31

'떼쟁이 지자체'에서 못다한 이야기


## 돈이 없어도 지를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누구든, 지금 당장 돈만 있으면 사고 싶은 물건 한두 가지는 꼭 있으실 겁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작은 물건부터 자동차나 집까지, 종류도 다양하겠죠. 하지만 대부분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애들 교육비니 세금이니 해서 상당 부분은 그대로 어디론가 빠져나가게 돼있으니, 침 꼴깍 삼키고 꿈만 꾸고 사는게 보통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마음껏 지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인데요. 돈 없이도 도로 같은 SOC 공사를 원하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곳 어디에나 삽질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예를 들어서 한 지자체가 도로 공사를 시작한다고 해보죠. 완공에 5년, 예산은 백 억원 이렇다면 상식적으로 1년에 20억원 씩 예산을 구할 방법을 세워놓고 공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아실 겁니다. 그런데 진짜는? 땡! 지자체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예산을 어떻게 구할지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백 만원이든 십 만원이든 주머니에 든 돈만 꺼내놓고 공사를 시작해도 됩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지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고요? 물론입니다.

## 정부가 허락한 낭비, 손해는 국민 몫

비밀은 ‘장기계속공사’라는 제도입니다.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예전부터 길을 터줬습니다.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은 공약을 예산 없이도 일단 시작할 수 있어서 좋고, 공무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 손에 일거리가 있으니 또 좋습니다. 건설회사도 부담 없이 일감을 늘려갈 수 있으니 나쁠 것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모두 마음에 들어 한다는데 누가 문제를 삼지 않으면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일이고요.

돈은 어떻게 하냐고요? 그거야 삽질을 시작했으니 이제 중앙정부를 쫄 차례죠. 지역 언론들은 당연히 줘야할 돈을 중앙정부가 안 주고 버티는 통에 공사가 진척이 안 된다는 비판기사를 이어갑니다. 그러면 아무 것도 모르는 지역 주민들은 “중앙정부 못됐네, 왜 우리만 괄시하는거야”라고 생각하겠죠. 지자체와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울산의 ‘오토밸리로’라는 도롭니다. 생긴 것 자체가 기형입니다. 12킬로미터 도로를 세 구간으로 나눴는데 위에 보시는 것처럼 머리하고 꼬리를 먼저 만들어 놓고는 가운데 허리 구간은 비워놨습니다. 국가 지원을 받아서 짓겠다면서 버티고 있는 겁니다. 지역언론은 역시 “정부가 줘야 할 돈을 안 줘서 지역 발전이 안된다”고 보도하고 있고요. 착공한지 13년이 됐지만, 이 도로는 계속 흉물로 남아있습니다.

                             

손해는 그러면 누가 볼까요? 당연히 국민들이 봅니다. 예산 계획 없이 시작한 공사니, 오토밸리로 같이 처음 계획보다 기간이 늘어나는건 당연합니다. 도로나 철도 모두 평균 4년 계획으로 짓겠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12년이 넘게 걸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물가상승률만큼 공사업체에 계속 예산을 올려줘야 합니다. 한 시민단체 추산에 따르면 이렇게 늘어나는 예산이 1년에 1조 원 정도나 됩니다. 국민 한 사람 당 2만원 정도를 모르는 새에 떼이고 있는 겁니다.

## 지갑 속 돈만 내 것이 아니다

나 모르는 사이에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여기저기로 새어 나갑니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난 세금,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죠. 남의 배 불리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쓰여서 결국 나와 우리 가족, 우리 사회에 도움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이 이야기는 지난 ‘떼쟁이 지자체’ 기사에 앞서서 작년에 썼던 기사 내용입니다. 이런 기사가 그런데 참 쓰기 어려운 기사입니다. 신문 같으면 자세하게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만큼 내용을 쭉 써 내려가면 되겠지만, 짧은 시간이 주어진 방송뉴스는 시청자분들이 한 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과 구성을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만드는 데 두 배 이상 고심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뉴스고 저도 관심이 많은 분야인 만큼, 우리 세금 세어나가는 문제를 더 쉽고 정확하게 전해드리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