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여고에 다니던 학생들이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다른 학생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자칫 '베르테르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17일 대전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오전 9시께 서구의 모 아파트 출입구 지붕에서 A양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 14층에서는 A양의 가방과 신발이 발견됐으며, 가방 안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는 점을 들어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교사의 도움도 받지 못해 자살했다'는 사연을 올리면서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A양의 친척이라고 밝힌 이 유족은 "지난 9월부터 일부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사고 직전인 2일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다투기까지 했다"며 학우들의 따돌림과 선생님의 무관심이 자살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를 벌인 학교 측은 "그날 낮에 담임교사가 A양과 교우 관계 등의 문제로 면담했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끼리 푸는 것'이라고 말하고 몸이 안 좋아 조퇴를 해야 해서 다음날 다시 면담을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A양이 숨진 지 한 달 보름여가 지난 후인 16일 오후 6시33분.
당시 A양을 선생님에게 데리고 가 면담을 하도록 도와줬던 B양이 A양과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B양은 친구인 A양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가슴 아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A양의 사고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고,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위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아왔다"면서 "조금씩 나아지나 했더니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또 다른 학생들의 불상사도 우려된다.
일부 누리꾼들이 애꿎은 학생들을 A양에 대한 가해자로 지목한 뒤 신상을 공개하는 속칭 '신상털기'에 나서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A양 사망 이후 재수사를 받았던 학생들도 상당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A양 사고 이후 경찰의 수사를 받은 학생들이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했고, 일반 학생들도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며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번질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