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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사망 한달' 일본, 대북관계 변화 모색

입력 : 2012.01.15 07:09

일본인 납북자문제 해결 기회 탐색…북일 접촉
조총련 대 세습에 반발, 동요 가능성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일본의 관심은 '납치 문제'와 '조총련'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김 위원장 사후에도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점에는 일본도 한국, 미국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의 독특한 관심은 북한의 지도부 변화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점에 쏠려 있다.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방북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일본인들을 납치한 사실이 있다"는 시인을 받아냈고, 이후 생존 피해자 5명과 가족을 귀국시킨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양국은 이 문제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 정도로 인식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이를 계기로 '반북 감정'이 급격히 고조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북한, 중국 등 식민지 피해국에 침략·가해자로서 사죄를 되풀이해온 처지에서 처음으로 '납치 문제에서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확인하자마자 억눌렸던 일본의 민족주의가 고조된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이후 일본은 북한이 죽었다고 한 요코타(橫田) 메구미를 포함해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환을 요구하며 북한과의 대립 자세를 선명히 했다.

이는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립을 계속한다고 해서 납치 피해자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는 점은 분명했다.

민주당 정권 들어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납치 피해자 가족들조차 대북 제재 뿐만 아니라 대북 교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를 의식한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교섭 타이밍을 재면서도 자칫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비판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신중해하는 처지였다.

이런 일본에 김 위원장의 사망은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납치 범죄의 주범은 김정일'이라는 게 일본 측의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아들 김정은과는 새로운 교섭을 시작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 고개를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직후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이 곧바로 조의를 표명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북 문제에서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아베 신조(安倍晉二) 전 총리조차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그는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은) 일본에는 큰 기회"라며 "김 위원장은 납치 작전의 주모자였고, 2002년에 '5명은 살아있고, 8명은 죽었고, 그밖에 피해자는 없다'고 단언한 인물이다.

최고 지도자인 그가 이 말을 뒤집기는 어려웠지만 후계자인 김정은이라면 이 판단을 '틀렸다'고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 등 보수파는 여전히 대북 압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정부가 곧바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네마와시(根回し.사전 조정)'를 중시하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물밑 접촉을 통해 대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전 납치문제담당상(민주당)이 이달 9일과 10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한의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를 만난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해된다.

일본 정부는 "정부 차원이 아닌 비공식적인 접촉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의중이 실리지도 않은 인사를 만나려고 송일호 대사가 선양까지 움직였다고 믿기는 어렵다.

일본 언론은 벌써 북한이 김정은 체제를 조기에 안정화하기 위해 납치 문제에서 일본에 모종의 양보를 하고 경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조총련은 북한과 국교가 없는 일본에서 사실상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일동포의 조선(한국)어 교육을 맡는 조선학교를 기반으로 조선적(朝鮮籍.일본법상 무국적) 동포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2002년 김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한 뒤 조선적 재일동포가 조총련에서 대거 이탈하면서 조직이 위기에 몰렸다.

조총련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3대 세습이 이뤄질 경우 추가 이탈로 조총련이 내부적으로 크게 동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3대 세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조총련도 이를 의식한 듯 김정은 우상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7월 조총련 중앙위원회 제22기 제2차 회의에서야 처음으로 김정은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언급했을 정도였다.

조총련은 최근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있지만, 동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의 존재도 묘한 여운을 던지고 있다.

재일동포를 '째포'라고 낮춰 부르는 북한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가 재일동포라는 사실을 자칫 숨기려고 할 경우 일본에 있는 동포들이 더욱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