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물가안정책임제가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고추, 마늘 등 채소류 가격이 치솟자 담당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쌀, 축산물,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들은 가격이 안정된 덕분에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가 불안, 기상이변, 농민시위 등 돌발 변수가 많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고추·마늘값 급등…축산물 가격 급락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풋고추(상품) 100g의 소매가격은 9일 현재 1천185원으로 연초보다 181원(18.1%) 상승했다. 청양고추(상품) 100g은 1천274원으로 291원(29.6%) 급등했다.
깐마늘 1kg 가격도 6천804원으로 4.1% 뛰었고, 양파는(중품) 1kg 값이 1천40원으로 2.0% 올랐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부처별 물가안정책임제에서 고추, 마늘, 양파는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관이 담당하고 있다.
물가안정책임제는 정부 부처 국ㆍ실장급 고위 간부들이 쌀, 배추 등 특정 품목의 물가를 전담하는 제도다.
문책 규정은 없으나 대통령의 물가 안정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정책이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는 어떠한 식으로든 불이익이 생길 것으로 보고 담당 간부들이 물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유통정책관 산하 원예산업과 직원들에게 담당 농산물을 분배해 종자 판매량 등을 현장에서 조사하도록 했다. 물량을 추정하고서 부족하면 계약재배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하려는 조치다.
쌀이나 축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여 식량정책관과 축산정책관 등 담당 국장들이 다소 안도하는 듯하다.
한우 등심(1등급) 100g 가격은 6천114원으로 연초보다 5.1% 하락했다. 불고기도 3천114원으로 1.4% 내렸다.
삼겹살 100g은 1천929원으로 5.1% 떨어졌고 닭고기 1kg은 4천904원으로 11.3% 급락했다.
쌀(일반계)도 20kg 가격은 작년 말 이후 4만3천933원을 유지하고 있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0.5% 떨어졌다.
식품산업정책관이 맡은 우유, 설탕 등 가공식품의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달 22일 풀무원식품이 두부와 콩나물 가격 인상 계획을 유보하는 등 업체들이 물가 안정 노력에 협조해 준 덕분이다.
◇유가 변화 등 변수…수입 급증 때 부작용 우려
농식품 가격은 이란 사태에 따른 유가 불안이나 기상 이변 등으로 수시로 급변할 수 있어 담당 공무원들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농식품부 국ㆍ실장급 간부는 "시설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기상에 민감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미리 정책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아니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믿고 물가 관리에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소 값과 채소 값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점도 물가 안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전국한우협회가 지난 5일 청와대 앞 집회를 추진한 데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1일 32개 시군에서 모은 쌀 1천776t을 청와대에 보내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전농은 물가안정책임제 폐지와 함께 쌀, 무, 콩, 배추, 한우 등 기초 농산물 수매제도 도입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농은 물가책임제 시행 이후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농산물 가격 급등 시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공무원들이 수입에 의존하면 1~2개월 후 농산물이 남아도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밥쌀용 쌀 21만t을 조기에 수입하고 돼지고기, 우유 등은 할당 관세를 적용해 수입을 늘릴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