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카드사에서 발행하는 기프트 카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프트 카드가 뭔지 생소한 분들도 있을 수 있을 텐데 쉽게 말해 상품권을 신용카드 모양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카드입니다.
기프트 카드는 명절을 앞두면 많이 유통되기도 하고 카드사의 발행 규모도 이미 연간 2조 5천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활성화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프트 카드가 상품권과 비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우선 기프트 카드는 잔액에 대한 환불이 번거롭습니다. 상품권은 액면금액의 80% 이상을 사용했을 경우 사용처에서 현금으로 돌려주지만 기프트 카드는 사용처에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한 동안은 카드사 영업점이나 은행 지점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겨우 잔액을 지정된 계좌로 보내주곤 했는데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온 뒤부터는 조금 바뀌었습니다.
카드사들이 ARS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잔액 조회와 20% 미만으로 남은 돈에 대한 계좌이체를 해 주고 있습니다. 일부 카드사는 기프트 카드 잔액을 신용카드 결제금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업계 1위 신한 카드의 경우 신한은행 ATM기에서 ‘다른 업무’ 버튼을 누르면 기프트 카드 잔액을 계좌이체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확보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합니다.
소비자가 기프트 카드 잔액 환불을 받지 않고 0원이 될 때까지 다 쓰려고 하면 잔돈을 쓸 수 있는 사용처가 있어야 할 텐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품매장 등은 자신들의 발행하는 상품권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프트 카드를 아예 쓸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 푸드점에서도 티머니처럼 교통카드는 결제가 되지만 기프트 카드는 쓸 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 쓰지 못하고 소비자가 손해 보는 금액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010년에만 발행금액 2조 5천억 원 가운데 10%가 넘는 2천9백억 원이 미지급 금액으로 해를 넘겼습니다. 특히 보통 5년 정도인 기프트 카드 유효기간이 지나 고스란히 카드사 수입으로 넘어간 ‘낙전수입’이 2010년 한 해에만 31억 원이나 됐습니다.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푼돈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낙전 수입의 80%가 만 원 이상일 정도로 무시하지 못할 액수였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기프트 카드는 미리 현금을 받고 판매한 선불카드입니다. 사용자가 기프트 카드를 늦게 쓰면 쓸수록 이자수익이 생기게 되고 잔액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낙전 수입도 챙길 수 있습니다.
카드사에 왜 이리 기프트 카드의 잔액 환불이 불편한 것이냐고 물어보면 가맹점과 일일이 문구 삽입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합니다. 기존 계약에 문구 하나 넣는 것인데 정말 그렇게 어려운지 의문입니다. 기프트 카드는 신용카드로 일정 한도까지는 구매할 수 있어 카드 깡 우려가 있다는 설명도 하지만 그건 상품권도 조건이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별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봐도 소비자가 불편하게 전화하고 홈페이지 들어가고 영업점을 방문해서 잔액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왜 이 부분을 시정조치 하지 않고 있는지도 이해가 안 됩니다. 카드사에 지도공문을 보내거나 약관에 문구 하나만 넣도록 하면 기프트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편해질 텐데 말입니다. 가맹점에서 현금으로 소비자에게 잔액을 돌려주고 카드사에 청구하는 것이 이미 돈 받고 판 카드사에 뭐 그리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소비자가 되도록 늦게 쓰도록 하거나 낙전 수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