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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의 인재상은 고분고분형?

김요한 기자

입력 : 2012.01.09 16:19|수정 : 2012.01.09 17:14

삼성의 면접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주 기업들의 황당한 면접 질문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질문들. 뉴스에 소개된 질문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맨해튼 시내에 교통신호가 몇 개일까요? (어거스 인포메이션)
- 서류철 외에, 스테이플러의 용도를 다섯 개만 말해보세요 (이벨류서브)
- 당신이 연필처럼 작아져 믹서기에 빠졌다면 어떻게 빠져나오시겠습니까(골드만삭스)
- 간디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길러낼 수 있을까(딜로이트)
- 이 방 안에 농구공을 몇 개나 넣을 수 있겠는가(구글)
- 삼촌으로부터 피자가게를 상속받았다면?(폭스바겐)
- 나무와 알코올의 공통점은?(보안업체 가드마크)
- 세계 기아퇴치 방법은?(아마존)

면접관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기업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들은 간단합니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을 자신만의 논리로 돌파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른바 '미래형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죠. 어지간히 엉뚱하지 않고서는 평소에 이런 답변을 준비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국제부로부터 사례를 모아 달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국내 기업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등 기업이라는 삼성에 문의를 했습니다. 취지를 설명하고 창의적이거나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한 두 가지만 알려달라고 물었습니다. 뭔가 전문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데다, 문제 유출의 성격을 갖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딱히 답을 피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란 뜻이죠. 글로벌 그룹 삼성의 답변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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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뒤 연락이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삼성은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엥? 조금 황당했습니다. 순발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가 분명 있을 터인데. 설마. 하나도 없을까. 취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나 싶어 다시 한 번 설명했습니다. 딱히 삼성이 부각되는 것도 아니었고, 이미지가 나빠질 것도 아니었기에 다시 한 번 정중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몇 시간 뒤 전화가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질문은 없다고 합니다." 쩝.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둘 중 하나겠지요. 대답하기 귀찮았거나, 기업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거나. 최근 삼성에 입사한 친구들을 수소문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 십 수 명에게 기억나는 질문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답변을 해주더군요. 몇 가지 황당한 질문이 있었습니다만, ("걸그룹 누구 좋아하나? " OOOO요. "음.. 나도 좋아하네." 뭐 이런 종류의.) 딱히 사례로 쓸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한 친구의 답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질문 잘 안 하지 않나? 사례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제게 답을 주셨던 분이 거짓말을 한 것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삼성전자의 한 제품 런칭 행사에서 삼성의 임원 중 한 분이 했던 말 입니다.

"삼성이, 목표가 분명한 거는 기가 막히게 잘 해. 저놈을 잡아라, 하면 잡는다고. 우리가 소니를 이길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이 누가 있어? 2000년 정도까지만 해도, 삼성 직원도 해외근무하다 들어갈 때는 다 소니 테레비 사서 들어갔어. 근데 지금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뭔가 타겟이 딱 섰잖아. 그러면 우리가 잘해. 무빙 타겟이 문제지."

물론 우스개 소리가 꽤 섞인 말이겠습니다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창조적 능력이 부족한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거 아닌가 싶어 좀 씁쓸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대박을 친 후, 삼성은 이를 뒤쫓을 스마트폰 개발에 진땀을 흘렸습니다. 이제는 곳곳에서 소송전을 벌일 만큼 성장도 했지요. 하지만 누구도 삼성의 제품이 패러다임을 바꿀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유는.. 길게 설명할 필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순발력이 필요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삼성. 글쎄요…, 그리 자랑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