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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로 드러난 SK 총수형제 투자·횡령 전말

입력 : 2012.01.05 18:53


SK그룹 최태원(52) 회장, 최재원(49) 부회장 형제는 1998년과 2003년 각자 지인을 통해 증권맨 출신인 김원홍(51·해외체류) 전 SK해운 고문을 소개받는다.

최 회장 형제는 '신들렸다'는 말을 들을 만큼 신통한 투자능력을 발휘한 김 전 고문에게 개인자금 운용을 맡겼고 선물·옵션에 거금을 투자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 김 씨는 최 회장 형제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줬고 투자에 대한 믿음은 커졌다.

하지만 2005년 이후엔 지속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2008년 6월 선물투자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어느덧 최 회장 형제의 신용대출한도까지 넘어선다.

제1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할 상장주식마저 더 남지 않은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던 중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증권시장의 지수변동폭이 커지자 최 회장 형제는 옵션투자의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으로 보고 투자처를 모색하게 된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결국 계열사 투자금에 손을 대게 된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10월 29일과 31일 SK텔레콤, SK C&C 등 두 계열사에 지시해 497억 원을 SK그룹 임원 출신 김준홍(47)씨가 대표로 있는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에 투자하도록 했다.

최재원 부회장과 김 대표는 이 돈을 창업자대여금 명목으로 빼돌려 자금세탁과정을 거친 뒤 김원홍 전 고문 계좌로 송금한다.

최 부회장은 이어 2008년 11월 21일 SK가스, SK E&S, 부산도시가스 등 3개 계열사에 495억 원을 베넥스에 보내도록 했다.

이 돈은 앞서 빠져나간 SK텔레콤, SK C&C의 투자금을 충당하는 데 쓰였다.

최 회장 형제가 어렵게 500억 원을 만들어 선물에 투자했지만 김 전 고문은 큰 손실을 보고 만다.

애초 선물투자 이익금으로 펀드의 빈 곳간을 채워넣으려던 최 회장 형제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그러자 최 부회장은 베넥스 자금 750억 원을 저축은행 3곳에 예금하고 이를 담보로 거의 같은 금액을 대출받아 일부는 베넥스 계좌에 채워넣고 나머지는 다시 선물투자에 쓴다.

선물투자를 계속하던 최재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180억 원을 송금하라는 김 전 고문의 요청이 오자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I사 비상장 주식 6천590주를 베넥스에 매각했다.

최 부회장이 팔아넘긴 주식 적정가는 29억 원이었으나 베넥스는 약 230억 원에 사들였고 최 부회장은 230억 원 중 180억 원을 옵션투자금으로 사용한다.

검찰 수사결과 최 회장 형제가 이런 식으로 SK계열사 투자금에서 빼돌려 개인 선물·옵션투자에 쓴 금액은 약 8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최 회장 형제는 800억 원 중 대부분을 날렸고 보유 주식 등을 팔아 약 500억 원을 채워넣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