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G 다이어트 주의령
워싱턴 지국과 가까운 대형 마트에 가봤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형 마트에서 약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말이죠. 예상대로 HCG 다이어트 보조제도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한 방울씩 입안에 떨어뜨리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알약이더군요. 대형 마트에는 약사가 두 명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에게 가서 제품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습니다. 이 제품이 인기가 있느냐고요? 바로 제품을 알아보지 못해서 이 게 그렇게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한 차례 살펴본 약사가 "아, 이 제품 내가 여러 명에게 팔았다. 인기가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의사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마트를 나와 길을 지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바쁘다고 외면하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거리 인터뷰를 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요, 한 2-30분 걸려서 2명을 인터뷰 했습니다. 한 명은 "사실 이 제품을 잘 모르지만, 다이어트 보조제라고 한다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팔리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은 "HCG 제품 잘 안다. 나는 안 쓰지만 내 친구가 이 걸 먹어서 살을 뺐다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효과가 있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FDA가 이 제품 판매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알리니까 다들 놀라더군요.
취재를 마치고 지국 사무실로 돌아와서 다시 국내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HCG 다이어트 카페만 해도 여러 개, 블로그 글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한국 사람들, 특히 여성분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만큼 미국에서 인기를 끈 다이어트 제품이 한국에 안 알려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다만 이 분들 글 중에서 HCG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HCG 다이어트의 효과, 방법, 체험수기 같은 글들이 대부분이었죠. FDA가 부연 설명한 글중에 이런 게 더 있었습니다. "HCG는 불임 치료등 극히 예외적이고 전문적인 경우에 한해 의사의 처방을 받고 나서 투약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HCG 다이어트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나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은 이 글을 보시고 생각을 많이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FDA의 설명이 무슨 대수냐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것이 없고, 더욱이 의사의 처방없이 소비자들이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FDA의 경고는 흘려 보낼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FDA 경고가 나온 이후에 미국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FDA 발표를 믿을 수 없다. 내 눈으로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그 건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일 것이다.(실제 효과는 없는 약인데, 있는 것으로 믿고 먹었을 때 일부 효과가 나타나는...)"며 FDA 편을 들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논란의 와중에 공통된 결론은 "살을 빼려면 절식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가 되고 나서 이런 저런 기사를 많이 써봤지만, 다이어트 보조제에 관한 기사를 써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절식, 절주하면서 꾸준히 운동해서 몸을 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짐은 새해로 조금 미루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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