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10만 경찰의 항의의 뜻을 담아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청장은 사퇴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밝히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조현오 청장과 박종준 차장이 최근 간부회의 및 경찰 수뇌부 회의에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직을 내놓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게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칠지를 고심하는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12일 말했다.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령이 경찰 측 입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운데 통과된다면 경찰 수뇌부가 그대로 남아 있어봤자 영이 서겠느냐는 것이 조 청장의 생각"이라면서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 청장의 한 측근은 "총리실의 입법예고 절차가 마무리되는 14일 이후에도 의견 조정 과정이 있는 만큼 정부안이 확정되는 차관회의(22일) 전후로 사의를 표명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로서 책임을 진다는 진정성을 피력하기 위해 총선 불출마라는 단서가 붙을 것으로 본다"며 "사표 수리 시점을 총선 출마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인 1월12일 이후에 해달라는 제안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조 청장이 수사권 조정에 항의하는 뜻을 밝히며 사의를 표명하고 잘못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겠다는 대의명분을 걸고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널리 퍼져 있다.
앞서 조 청장은 수사권 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박동주 서울 성북경찰서 형사과장(경정·경찰대 7기)의 사표 수리 여부와 관련해 "직을 내놓으려면 내가 내놓아야지 일선 과장이 내놓으면 되겠는가"라며 자신의 사의 표명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다른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수뇌부가 사표를 던지는 것이 실질적인 상황 변화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현실론도 있다"면서 "현직을 유지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 운동에 나서는 것이 어떠냐는 대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준 차장도 총리실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출마설 등이 제기됐던 박 차장은 지난달 치안정감 인사에서 수사권 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조직 내 잔류 의사를 표명했지만 경찰 입장이 담기지 않은 대통령령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