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1일 공기업들이 공사채 발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공사채 발행은 해당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가 재정운영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통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사채 발행 잔액 300조 원 육박
공사채 발행 잔액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급증해 올해 300조 원에 육박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기업, 준정부기관, 개발공사 등이 발행한 채권 잔액은 283조 원(9일 기준)이나 된다.
지난해 말 잔액이 261조 원이었으니 올해 들어서만 22조 원이 순증했다.
2007년 말 120조 원이었던 잔액은 2008년 말 150조 원, 2009년 말 210조 원으로 매년 수십조 원씩 늘었다.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공사채 잔액은 1~2년 내에 정부예산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정부예산은 326조 원 정도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7조 원으로 가장 많은 공사채를 발행했다. 2008년 말 31조 원, 2009년 말 46조 원이었던 공사채 발행 잔액이 현재 57조 원에 달했다.
주택금융공사(36조 원), 정책금융공사(32조 원), 한국전력공사(25조 원), 예금보험공사(24조 원) 등의 공사채도 막대한 규모에 도달했다.
이 중 한국수자원공사는 채권 발행잔액 증가율이 가장 높아 눈에 띄었다. 2008년 말 500억 원에 불과했던 잔액은 올해 10조 원으로 200배나 폭증했다.
이밖에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 코레일, 한국전력공사 등도 2008년 이후 채권 발행 잔액이 2배 이상으로 불었다.
◇국책사업 비용 공기업 부채로 전가
공사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대형 국책사업 비용 부담의 영향이 크다.
공기업의 신용등급은 모두 'AAA' 등급으로 채권 발행이 수월하다. 국회 승인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손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금자리 주택이나 4대강 공사 등 대규모 사업을 벌이면서 공기업들이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다. 지자체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등을 계산하는 재정통계를 개편하면서 일반정부의 범주에 포함되는 공공기관을 146개로 확정했다. 농어촌공사 등이 추가됐지만 토지주택공사는 제외됐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가 채무에는 공기업 채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 국가 채무에 잡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결국 국민의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공기업 부채 악순환 고리 끊어야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공사채 규모는 40조3천464억 원에 달한다. 특히,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채는 전체의 60% 정도다.
전문가들은 차환 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20조 원대였던 만기 도래 공사채가 올해 갑자기 40조 원대로 늘었다. 공기업들의 신용등급과 부채 상환 능력이 관건인데 올해 만기를 무난히 넘긴 것을 보면 내년에도 괜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지만 투자 대안이 없다. 국내에서 신용위기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서 만기 재상환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는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배제하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1~2월에 각각 5조 원 이상 만기 도래 물량이 몰려 있어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차환 발행과 별도로 공기업들이 공사채를 계속 순발행해 전체 잔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교수는 "빚을 내서 다시 빚을 갚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조속히 끊어야 한다"며 "정부는 공기업 부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공기업 스스로도 경영효율화를 통해 부채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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