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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이 추운 날씨에 돈이 없어서 난방을 하기 힘든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 무려 120만 가구를 넘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이분들은 올 겨울도 냉골에서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에 있는 판자촌, 산청마을.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면 매서운 찬 바람이 빈 골목길을 채웁니다.
낡은 장판과 비닐 몇 장만이 겨우 바람을 막아줄 뿐입니다.
살던 판잣집이 불탄 뒤로 1년째 비닐하우스에 모여 사는 할머니들은 뚝 떨어진 기온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저거 저 난로 놓고 그래서 살지 못 살아. (웃풍 많아요? 여기?) 아유, 코가 시려서 못 잔다니까. 저녁에 잠자다 몇 번씩 일어난다니까. (추우셔서요?) 추우니까.]
영하 3도의 기온에도 연통에 연기가 나오지 않는 또 다른 판잣집.
연탄을 아끼려고 전기 장판과 전기 주전자에 의존합니다.
[박앵란/74세 : (이걸로 머리를 감으셨어요?) 예. 저기다 데워서. 세 번씩 데워야 머리를 감고 해요.]
그나마 유일한 난방도구인 전기 장판조차 맘대로 켜지 못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한무선/74세 : 이거 전기 장판인데 코드는 안 꼽았어.]
한 평도 안되는 서울 종로의 쪽방촌에서 50년째 살아온 할머니.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집주인이 보일러를 틀어 주는 빈도도 줄었습니다.
[최명순/79세 : 보일러가 안 터질 만큼 아주 추울 때 조금씩 준다고요. 그랬는데 아직까지는 연락이 없네요.]
이렇게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써야 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은 120만 가구가 넘습니다.
전기요금 감면이나 광열비 지원은 기초생활 수급 계층에게만 한정돼 있습니다.
17만 원의 에너지 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의 에너지 복지법안도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습니다.
[최막례/74세 : 하우스가 너무 얇아서 눈바람 불면 덜렁덜렁하거든. 진짜 살기 싫은 거야 나는.]
이웃돕기 온정이 줄면서 연탄 걱정은 더욱 커지는 쪽방촌 주민들.
그래서 올 겨울이 더욱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윤광암 : 시련의 계절이죠. 겨울이 무섭죠. 겨울이 닥쳐오는 게.]
(영상취재 : 강동철, 설민환, 영상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