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취재파일] 도서관 찾는 노인들

안서현 기자

입력 : 2011.12.04 16:20|수정 : 2011.12.05 09:32

국립중앙도서관이 어르신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는?


'도서관'하면 무슨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안경 쓴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와서 공부하는 곳.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 제 머릿 속에 떠오르는 '도서관'이라는 장소의 이미지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도서관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이런 고정관념들을 한 번에 깨뜨리고 돌아오셨을 겁니다.

"종로에 탑골공원이 있다면, 강남엔 국립중앙도서관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문학 서적들을 볼 수 있는 일반 열람실부터, 신문열람실, 고전운영실까지 도서관 곳곳은 전부 어르신들 차지입니다.
                   

왜 이렇게 어르신들이 많냐고요? 한평생 앞만 보고 달려오신 은퇴한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책도 읽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도 사귀면서 소일거리를 찾습니다. 회사 업무에 쫓겨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마음껏 읽고, 제 2의 인생을 찾기 위해 새로운 분야도 공부해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어르신들이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실제로 국립중앙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60세 이상 이용자는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그 숫자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어르신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고전운영실'과 '디지털 열람실'이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고전운영실은 족보를 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평일 오후 시간에 가봤더니 좌석의 90% 이상이 백발의 어르신들 차지였습니다. 조상과 뿌리를 찾아보시는 분들, 족보 자체를 공부하시는 분들. 여느 대학 도서관보다 뜨거운 학구열이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인기 공간인 '디지털 열람실'은 저도 좀 의외였습니다. 컴퓨터와 DVD플레이어 등 젊은 사람들도 다루기 힘든 최신 기기들이 가득한 공간이 바로 디지털 열람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자뻘 되는 학생들 사이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은 페이스북도 척척, 트위터도 척척, 인터넷 검색도 척척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컴퓨터를 잘 다루시는지 여쭤보니,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쏙쏙 들어온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젊은 친구들과의 소통. 어르신들이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그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를 도서관에서 보내시는 어르신들한테 또 중요한 장소는 어디일까요? 바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겠죠. 주변 식당들(도서관 위치가 강남이란 점을 감안할 때)보다 비교적 저렴한 밥 값(4,000원)도 국립중앙도서관의 매력입니다. 그야말로 은퇴한 어르신들한테는 '오아시스'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충북 보은에서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팔순 이상 노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경로당이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60대와 80대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데요, 이렇게 아직 '창창한' 어르신들에게 은퇴는 너무 이른 단어입니다.

이번 국립중앙도서관 취재를 하면서 그곳에서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분들이 '제 2의 장밋빛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공간이 아직 우리 사회엔 많이 부족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