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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이 예능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입력 : 2011.12.03 11:36|수정 : 2011.12.03 11:36

시청률 기대 이상…'인간 김병만'의 매력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예상 외의 성과다.

엠넷 '슈퍼스타K 3'의 기세에도 차근차근 상승세를 계속한 이 프로그램은 '슈퍼스타K 3'가 종영한 후 3주째 동 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3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일 시청률은 전국 기준 12.0%로 전주보다 3.4%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동 시간대 1위를 지켰다.

결과에 고무된 SBS는 당초 10부작으로 예정된 방송을 연장하고 차기 시즌을 제작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방송 초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야생의 오지를 배경으로 한 데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잔뼈가 굵은 김병만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얼마나 적응할지도 미지수였다.

'정글의 법칙'은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깨뜨린 셈이다.

◇인간 김병만을 보다 = 김병만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오지의 야생에서 맨몸으로 살아남기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김병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무엇이든 해내는 그의 '달인' 캐릭터는 '정글의 법칙'에서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칼 한 자루로 물고기를 잡고 모기장으로 그물 낚시를 하며 20m가 넘는 나무를 오르는 일은 그가 '달인'에서 보여준 기상천외한 묘기들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은 '달인' 김병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숨은 '인간' 김병만의 모습까지 담는다.

이지원 PD는 "본인이 달인이란 이미지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우리도 인간 김병만의 모습을 잡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김병만의 웃음기 사라진 얼굴을 '정글의 법칙'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김병만은 낯을 가리는 성격을 간간이 드러내고 속내를 잘 이야기하지 않으며 묵묵히 일에 집중한다.

나무집의 지붕을 깔기 전까지는 땅을 밟지 않겠다며 세 시간동안 나무 위에서 지붕을 올리는 모습에서는 고집스럽고 우직한 면모가 느껴진다.

이같은 김병만의 인간적 모습은 '정글의 법칙'이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정글의 법칙'이 김병만의 달인다운 면모만 보여줬다면 또 하나의 달인쇼에 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능과 다큐의 만남 = '정글의 법칙'은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연출도 예능과 교양 PD가 함께한다.

이지원 PD는 예능 프로그램인 '하하몽쇼' '김정은의 초콜릿' 등을 연출했고 신동화 PD는 'SBS스페셜'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을 연출한 교양 PD 출신이다.

예능과 교양이 만나면서 '정글의 법칙'은 다큐멘터리의 무게감과 진지함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재미까지 갖춘 프로그램이 됐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오지의 극한 상황에 허덕이는 출연진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는 동시에 코믹한 상황극이 연출되기도 한다.

2일 방송에서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가 힘바족 청년들을 모아 즉석에서 아이돌 그룹을 조직하는 지극히 '예능스런'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지원 PD는 "시청자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업그레이드한 진솔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촬영이나 편집할 때 꾸며서 보여주기보다는 현장에서 연기자들이 느낀 감정을 휴먼 드라마처럼 표현하려고 신경 쓴다"고 말했다.

김병만 외에 류담, 광희, 리키김 등 다른 멤버도 프로그램을 든든히 받쳐준다.

류담은 체력은 부족하지만 넘치는 넉살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광희는 막내답게 톡톡 튀는 행동과 말투로 분위기를 띄운다.

리키김은 진중하면서 듬직한 모습으로 멤버들을 뒷받침한다.

이 PD는 "각자 개성과 역할이 달라 조화가 잘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감에 치중하다 보니 예능 프로그램치고는 호흡이 길고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들도 간간이 등장한다.

재미를 위해 출연진을 극단의 상황에 몰아넣으려는 듯한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김병만은 3회 방송에서 '안 그래도 힘든데 인터뷰로 속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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