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법원 "도급제 택시기사도 퇴직금 지급하라"

입력 : 2011.11.17 08:04


사납금만 내면 근무시간에 따로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택시를 운행하는 일명 '도급제 택시기사'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7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2002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8년여간 대전의 한 택시회사에서 기사로 일해 온 이모(52)씨는 퇴직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입사 당시 맺은 계약서에는 분명히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 지급, LPG 연료비 지급 등의 내용이 있었기에 이 씨는 당연히 퇴직금을 받을 줄 알았다. 반면 회사 측은 이 씨가 입사한 이후 6개월 단위로 맺은 일명 '스페아(일용직 도급제)' 계약서를 제시하며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스페아 계약은 택시회사가 소속 택시기사에 대한 급여 부담을 줄이고 4대 보험과 연금, 연료비 등 비용을 줄이려고 맺은 것으로, 계약서에는 '스페아란 당사의 정규직(월급제) 근로자가 아니며…'라고 기재돼 있다.

이 씨는 "회사 측은 회사가 어려워 형식상 작성하는 것으로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니 스페아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퇴직 시점에 퇴직금을 달라고 했더니 스페아 계약서를 들이밀며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대전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지만, 노동청 측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스페아 계약서로만 조사한 뒤 '근로자로 볼 수 없기에 퇴직금이 없다'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이 씨는 지난 5월2일 대전지방법원에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최근 '원고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민사 2단독은 이씨가 A 택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월급제로 일하는 것과 도급제로 근무하는 것을 비교하면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의 액수가 하루 5만7000원과 10만 원으로 차이 나는 것 외에는 근무형태에서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원고는 도급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이후에도 여전히 이 회사에 대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계속 근로를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 일수 동안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해서 회사는 이씨에게 1300여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이 씨는 "지역 대부분의 택시기사가 스페아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앞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회사 측은 연료비를 전액 지원한다고 해놓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제공한 적이 없다. 이 부분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