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급한 데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고 당장 돈은 써야 되고, 이런 분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입니다. 자신 명의로 된 신용카드가 있고 연체 등으로 사용 제한만 되지 않는다면 손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 내부 분석 자료를 보면 주로 신용 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낮은 분들이 이런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이자를 들여다 봤더니 거의 '이자 폭탄' 수준이었습니다. 사채업자들에게 법으로 고리를 받지 말라면서 정해놓은 이자 상한선이 연 39%인데 대형 신용카드사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 상당수는 연 30%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내는 평균 이자 수준도 연 22%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신용카드사들은 이자 수준이 지나치게 높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은행이나 다른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기때문에 돈 떼일 위험 등을 감안해 이자 수준을 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경기불황기가 되면 이런 저신용자들의 경우 급격히 돈 갚을 능력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카드와 하나SK 카드의 경우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평균보다 높은 24%~30% 수준의 이자를 내고 있었고 업계 1위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BC카드와 롯데카드 등은 현금 서비스 이용 고객의 1/3 이상이 지난달 말 현재 평균 이상의 고금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연 10% 미만의 이자를 내고 있는 카드사 현금서비스 고객의 경우 0~1% 수준이거나 많더라도 3% 대에 불과했습니다. 돈 빌리는 고객의 신용도와 대출 기간 등에 따라 이자 수준이크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부분에게 비싼 이자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대형 카드사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현금서비스 영업실적으로 11조원을 올린 회사(신한카드)가 있고 4조원 이상의 실적을 올린 회사(삼성,현대,KB국민)들도 있습니다. 장사가 그만큼 잘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돈 떼일 위험을 고려해도 드는 비용에 비해 이자가 너무 비쌉니다. 대형 카드사들의 경우 주로 평균 6~7%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합니다. 은행처럼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기능(수신기능)이 없는 전업 카드사는 자금을 스스로 조달해서 그 돈으로 장사를 한다는 점에서 조달 금리가 일종의 비용입니다. 자신들은 6~7% 수준의 이자만 물고 돈을 조달해서 그 보다 최고 5배 가까운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 준다면 제도권 금융사로서 지나치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그 대상이 신용과 소득이 모두 낮은 계층이라면 더욱 더 말입니다.

그런데 취재 중에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됐습니다. 그 전부터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는데 답을 찾은 셈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금서비스는 주로 저신용 저소득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자도 상당히 비쌉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원리금을 못 내고 연체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정상일 겁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분들이 더 어려운 시기에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신금융협회에서 집계하는 카드업계 현금서비스 연체율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5%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말 2.3%보다는 증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카드사나 금융감독 당국이 아직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번에 직접 카드 돌려막기를 하면서 현금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해 보니 낮은 연체율의 원인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우선 이 분들은 카드를 3~4장 넘게 가지고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돌려막기를 합니다. 여기까지는 기존 카드 대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럼 이런 카드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를 때는 어떻게 하느냐? 카드 사에 갚을 돈을 대신 내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 업체들이 나타납니다. 이 업체들은 카드 대금 또는 현금서비스 상환일 며칠 전에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만료기간을 받아내고 일단 선 이자 형태로 5만원 또는 10만원을 가져간 뒤 결제일에 돈을 갚아줍니다.
그런 다음 다시 그 액수 만큼 현금서비스를 받아 또다시 이자를 뜯거나 아니면 해당 액수만큼 카드깡을 하고 자신들이 15%를 챙겨갑니다. 카드 소유자인 저신용자는 결국 빈 깡통 수준의 카드만 들고 있을 뿐입니다. 수치 상으로는 연체율이 낮지만 그 수치 뒤에서는 이런 '폭탄 돌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현금서비스 -->카드 돌려막기 --->브로커 업체를 통한 카드깡을 모두 거친 한 사람은 '빚의 늪' 이라는 말로 표현하더군요. 한 번 손을 대면 헤어나오기 어렵고 결제일이 다가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브로커 업체를 찾아 연체를 막아 버티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입니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폭탄 돌리기는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그 시기가 만약 대부분의 저신용 저소득층 가구에 한 꺼번에 닥치게 된다면 그 파장은 카드 대란 못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낮은 연체율 뒤에 숨어있는 이 시한폭탄을 서서히 해체할 방안을 미리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후폭풍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