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창업' '출혈경쟁' 속 빈곤층 추락 허다
외환위기에 따른 IMF 구제금융 사태, 2008년 금융위기 때 대규모 자영업자들이 폐업한 후 빈곤층으로 추락해 사회문제가 됐는데 요즘 조짐이 좋지 않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영업자 비율이, 최근 5년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구조조정을 겪는가 했는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체 자영업자는 10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7천 명(1.9%)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 자영업자의 경상소득은 5천48만 원이고, 원리금상환액은 1천82만 원으로 조사됐다. 100원 벌면 이 가운데 21원을 빚 갚는 데 지출한 셈이다. 지난해 100원에서 16원을 내던 것에서 더 가파르게 상황이 나빠졌다. 이자비용이 더 늘어난 건 부채가 지난해 7천132만 원에서 올해 8천455만 원으로 1년 사이 18.6%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시장이 커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자영업 성장세는 그렇게 보기가 어렵다. 일단 퇴직 후 창업이 늘어난다는 점, 50-60대 생계형 창업비중이 크다는 점, 그리고 음식업과 숙박업 비슷한 업종에 쏠려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준비 안 된 창업'이 많다는 점 등이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경기상황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자영업 증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의 성장 전망도 밝지 않아, 동네방네 생기는 자영업자들을 먹여살릴 수요가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실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불안으로 자영업자는 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3분의1 이상은 매출이 너무 저조해 세금을 못 내는 상황인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사업 규모가 영세한 간이과세자 중 지난 2009년 한 해 매출 과세표준이 1천2백만 원에 미치지 못해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면제자가 된 사업자는 152만4,537명에 달했다. 2006년만 해도 130만 명에 미치지 못했던 납부의무 면제자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 2007년 130만6,627명, 2008년 147만7,697명에 이어 2009년에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개인사업자 숫자가 435만 명이니까 자영업자 3명 중 한 명 꼴로 돈을 너무 못벌어 세금을 면제받고 있는 것이다.
영세자영업자들, 돈 된다 싶으면 묻지마 창업에 나서는 비율이 높아서 실패확률도 그만큼 높다. 한 집걸러 하나있는 노래방, 음식점, PC방...굳이 멀리가지 않더라도 주변만 휙 둘러봐도 다 먹고 살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다. 우리나라 자영업 생태계를 흔히 '정글'에 비유하곤 한다. 비슷한 점포가 근거리에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어떤 가게도 성공하지 못하고 '출혈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생기는 것. 이러다보니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2008년의 경우 새로 창업한 사람이 101만 명이었는데 폐업한 사람도 79만 명에 달했으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만 하다. '먹는 장사가 망하겠냐'고 무턱대고 가게를 냈다가 결국 인테리어 업자 좋은 일만 시킨 사례가 수두룩하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받아 창업하기 때문에 문을 닫으면 고스란히 빚만 남는다. 있는 퇴직금을 몇 번 창업, 폐업, 재창업 반복하면서 다 까먹는 사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정건전성 경쟁에서 낙오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날수록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곤층이 두터워지는 이유다.
자영업 종사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는 것,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월급쟁이들도 불황 때 물론 어려움이 많지만 자영업자만큼 경기를 직접적으로 타진 않는다. 불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자영업자 숫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결국 국가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고, 빈곤층으로 전락한 자영업자들은 결국 국가가 돌봐줘야 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 복지 재정에도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자영업자의 창업과 퇴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 좀 더 다양한 고부가가치 업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유도하는 일, 경제적인 관점 뿐 아니라 사회 복지적인 관점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무질서한 창업생태계, 그 속에서 신음하는 서민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들여다보고, 경제부처와 사회부처를 포괄하는 '자영업자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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