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 거국 내각 이르면 내일 오후 출범 유력
이탈리아 하원은 12일(현지시간) 연금 개혁과 일부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안정화 방안을 가결했다.
하원은 찬성 380표, 반대 26표, 기권 2표로 경제안정화 방안을 승인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약속한 경제안정화 및 경제개혁 방안은 지난 11일 상원에 이어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의회 승인 절차를 모두 마쳤다.
표결 직전 의사당을 떠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오후 6시께 마지막 내각회의를 소집했으며, 오후 8시30분께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만나 공식 사임의사를 밝히고 17년 정치인생을 마무리한다.
경제안정화 방안은 유로존 3위의 경제국 이탈리아가 1조9천억 유로에 달하는 정부부채를 줄이고 균형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2014년까지 150억 유로 상당 국유재산 매각 ▲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 67세로 상향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하원 의사당 앞 광장과 총리 공관 주변에는 1천여 명의 군중이 `마침내!', '잘 가시오 실비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새 총리로는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경제전문가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유력하다.
그가 이끄는 비상 거국내각은 이르면 13일 오후, 늦어도 월요일인 14일 오전에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치 리더십 교체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몬티 총장을 지난 8일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 일부 의원들과 북부연맹 등에서 몬티 내각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것이 변수다.
최악의 경우 몬티 총리 후보가 상·하 양원의 신임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그나치오 라 루사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교황 선출 때 유력했던 추기경이 선출 과정에서 탈락하는 예가 자주 있음을 지적하면서 "몬티가 교황으로 투표장에 들어갔다가 추기경이 돼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북부연맹 소속 마시모 폴레드리 의원은 의회에서 "이탈리아의 권력이 `프랑스-독일 감독관'의 손에 넘어갔다"며 항의의 표시로 프랑스어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이 눈앞의 작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며 비상 거국내각 수립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또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은 조기 총선이 이탈리아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몬티 거국내각에 힘을 실어줬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몬티를 `지극히 유능한(extremely competent)'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몬티의 거국내각은 주로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경제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내각 출범을 준비 중인 몬티 총장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만나 금융시장 안정 및 경제위기 타개 방안을 협의한 데 이어 야당 지도자들과도 회동했다.
또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초청으로 로마에 있는 총리공관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하지만, 의회를 통과한 경제안정화 방안에는 연금 지급시기 연기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계와 서민들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어 비상 거국내각의 경제개혁 실행 작업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스의 과도 연정 출범에 이어 이탈리아가 거국내각 구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주요 증시와 뉴욕 증시가 지난 11일 일제히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고, 지난 9일 유로존 출범 후 최고치인 7.46%까지 올라갔던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틀 만에 6.5%대로 떨어졌다.
앞으로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같은 구제금융 사태에 몰리지 않게 하는 데는 IMF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IMF는 이달 초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경제 개혁 추진 실태와 재정 상황에 대한 감독을 맡게 됐다.
(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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