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취재파일] 자영업자 노리는 신종 불법 고리대금

정명원 기자

입력 : 2011.11.11 15:15|수정 : 2011.11.16 15:55


"이런 돈인 줄 알았으면 절대 빌려쓰지 않았습니다. 이걸 빌려쓰면 자영업자들은 100% 망합니다."

국내에 퍼지고 있는 신종 불법 고리 대금 취재 중에 만난 한 주유소 사장 A씨의 말입니다. 최근 주유소 사장이나 식당 사장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급한 운영자금을 MCA 방식으로 빌려준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고 합니다.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주유소 사장에게는 '주유소 운영자금 긴급대출' 이란 문자가 오거나 한 다리를 건너서 직접 권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유소의 경우 탱크로리로 기름을 받을 때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고 이 기름을 받아야 영업이 되기 때문에 자금 회전이 일시적으로 막힐 때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약점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접근을 한 뒤에도 듣기에 아주 그럴싸한 말을 합니다. 신용 등급이 낮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빚이 있더라도 상관이 없고, 업소의 카드 매출 내역만 확인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목돈을 대출해 준다고 합니다.

사채 업자가 일수 가져가듯이 매일 카드 매출 대금에서 일정 비율(예를 들어 15%)을 원리금 형태로 가져가기만 한다고 하니 돈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열심히 영업만 잘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출 기간이나 이자율 처럼 반드시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것도 '원리금 상환 때까지'라는 모호한 말로 적어놓습니다.

이런 대출 방식을 MCA(Merchant Cash Advance:선 펀딩 후 회수)라고 하는데 주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먼저 목돈을 빌려준 뒤 해당 업소에서 미래에 발생할 카드 매출 대금의 일정 비율을 원리금 회수 명목으로 가져가는 기법입니다. 돈을 가져가는 방식은 우리 은행에서 계좌 연결 송금 방식(Mother & Son 계좌)을 통해 돈 빌린 자영업자 업소의 카드매출 대금 전액이 일단 돈 빌려 준 대부업체 계좌로 들어가게 해 대부업체가 받을 돈을 뺀 뒤 다시 자영업자 계좌로 송금하는 형태입니다. 법정이자율을 지키면서 약정된 비율 만큼만 원리금을 회수한다면 문제가 없는 대출 기법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승을 부리는 업체들은 몇 가지 함정을 쳐 놓고 자영 업자를 속인 뒤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는 고리를 챙기고 있습니다. 우선 계약서에 대출 기간을 적어놓지 않은 채 계약서를 쓰고 나면 무조건 7개월 안에 원리금을 다 갚으라고 통보를 합니다. 또 은행의 계좌 연결 송금 방식을 악용해 약정된 회수율이 아니라 자신들이 마음대로 정한 고리의 원리금을 가져가 버립니다.

예를 들어 1억 8천만 원을 빌렸고 이자가 4천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1년 반 만에 원리금을 다 가져가느냐 아니면 7개월에 가져가느냐에 따라 이자 수준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들은 연 이자로 환산하면 법정이자상한인 연 39%의 3배 가까운 100%를 훌쩍 넘는 이자를 물어야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취재를 해 보니 이렇게 MCA 방식으로 신종 불법 고리 대금을 하는 업체들은 자금을 공급하는 큰 손 밑에 점조직처럼 개별 업체 여러 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자본금이 몇 천만 원에 불과한 업체가 수십억 원씩을 굴릴 수 있는 것도 누군가 뒤에서 돈을 공급하고 이들도 그 돈 주인에게 수수료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고리를 받아내기 위해 대출받은 자영업자를 압박하는 가장 큰 수단은 앞서 설명한 우리은행의 M&S 계좌입니다. 이 방식은 만약 대부업자가 자신의 계좌를 모(Mother)계좌로 하고 대출받은 자영업자 계좌를 자(Son) 계좌로 만들어 놓으면 최대 100명까지 대부업자 계좌로 100개 업소의 카드 매출 대금 전액이 들어오게 됩니다.

문제는 대부업자가 자동이체처럼 약정 회수율만 가져가도록 하거나 통장의 최소 잔액을 일정 수준으로 남기지 않도록 해도 되기 때문에 만약 원하는 만큼 이자를 안 주면 대부업자가 그냥 카드 매출 대금 전액을 가져가 버린 뒤 압박을 합니다. 수사기관에 고발을 하려고 해도 당장 업소를 운영하거나 세금 내는데 돈이 필요한데 카드 매출 대금 전액을 가져가 버린 뒤 압박을 하니 울며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M&S 계좌 방식은 우리은행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어서 MCA 방식으로 대부업을 하는 업체들은 대출받는 사람이 우리은행 M&S 계좌 계설에 문제가 없는 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 은행 역시 자신들의 계좌가 이렇게 대부업체들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알고 있는 실정이지만 "우리가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게 되자 은행들이 현금자동인출기에 보이스 피싱 여부를 묻는 주의문을 게시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거나 외면하고 싶은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금융감독원이 신종 불법 고리 대금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우리은행 계좌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점이 없는 지 살펴보겠다고 하니 일단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자세히 풀어놓은 이유는 한 명의 자영업자라도 앞으로는 이런 유혹에 빠져 낭패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