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과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연일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무소속 강용석 의원. 8일 지식경제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예산 14억 원을 삭감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소프트웨어·컴퓨팅산업 원천기술개발'에 배정된 정부 예산 1,427억 원 가운데 14억 원을 삭감하기로 한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좀비 기업?
삭감안이 의결되자 강용석 의원은 대뜸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14억 원을 삭감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철수연구소에 이미 지원된 50억 원도 엄격하게 심사해서 환수조치에 나서야 한다, 안철수연구소는 주가 조작을 일삼고 기술력도 형편 없다, 정부 지원 없이는 1년도 버티기 어려운 좀비 기업이다"라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강 의원의 발언을 이상히 여긴 민주당 소속 조경태 예산결산소위원장은 "이 예산이 특정인을 겨냥해서 삭감된 예산이라면 문제가 있다,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강 의원은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뒤집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민주당이 언제부터 안철수 씨에게 접수됐는지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경태-강용석 험악한 설전
9일 회의는 험악한 분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과 강용석 의원의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달라는 강 의원의 요청에 조 의원이 지나가는 말로 "하세요, 하세요"라고 하자, 강 의원은 "당신이 위원장이야?"라고 맞받았습니다.
조 의원이 "젊은 친구가 싸가지가 없네"라고 혼잣말을 하자, 강 의원은 곧바로 "조경태, 너는 안 젊어?"라고 고성을 질렀습니다.
신경전은 계속됐습니다. 조 의원이 "국회에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희한한 꼴을 다 본다, 부산에서 지방대를 나왔지만, 참 거시기 하다"면서 서울대와 하버드대를 나온 강 의원을 꼬집었고, 강 의원은 "어느 대학 나왔는데?"라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조 의원이 "제가 입이 거칠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강 의원은 "누군 안 거친 줄 알아? 뭐하자는 얘기야, 지금"이라고 반말로 맞섰습니다.
급기야 "아이고, 인간아. 그냥 집에 가"(조경태 의원), "너나 집에 가, 국회의원이 트위터에 쫄아 갖고 창피하지도 않아?"(강용석 의원)라는 말까지 오갔습니다. 막말과 반말 공방은 회의 속기록까지 확인한 뒤에야 끝이 났습니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재경 의원은 "예산소위 속기록을 보면 원천기술개발 사업에서 14억 원을 삭감한다는 취지는 명백하지만, 삭감 대상이 안철수연구소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삭감된 14억 원이 안철수연구소에 배정된 예산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의 해프닝으로 끝난 셈입니다.
◆강용석, 안철수 공격 잇따라
강용석 의원의 '안철수 흠집내기'는 이번 만이 아닙니다. 강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10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전 직원에게 다 나눠줬다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얘기했는데,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2000년 10월 발행주식 526만 주 가운데 1.5%인 8만 주만 나눠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은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찾아가 지지를 선언한 날이었습니다. 안철수연구소 측은 강 의원의 주장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 것도 강용석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강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에 대한 갖은 의혹을 제기했다가 박 후보 측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저격수'에 이어 이번엔 '안철수 저격수'로 나선 모습입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성희롱 발언 사건 등으로 입지가 약해진 강용석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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