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발표했다. 이번엔 '두부' '레미콘' 'LED사업'이 가장 관심을 받았던 만큼 결과 발표 후 논란도 거세다.
두부업종에 해당하는 CJ나 풀무원 등 대기업 계열 또는 중견기업은 오랜 기간 진행돼온 사회적 논의를 의식한 듯 표면적으로는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편치가 않아 보인다.
최근 기자를 만난 한 해당기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자율적인 상생'을 논의하겠다며 출범했지만 이제는 상당히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부당하고 불법적인, 나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기업의 활동은 이윤추구로 모아진다. 그런데 기업에게 확장을 자제하라고 한다. 확장을 자제하라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나도 한 TV 개그 프로그램처럼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사람한테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고 토로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에게 적당히 확장을 하라, 적당히 사업을 하라는 것은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100점을 맞는 것까지는 자제해라와 뭐가 다르겠냐는 항변이었다.
실제로 동반성장위의 적합업종 발표 당일 기자들은 '일부 사업 철수' '사업 축소' '확장 자제' 등의 문구가 뭘뜻하는지 모호하다는 내용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동반위는 "품목 중 일부를 철수하면 일부 사업 철수, 생산량을 줄이면 사업 축소"라는 답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쯤 되면 말장난도 이런 말장난이 없다. 업계에서 도무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런 논란에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이유가 뭔지 불만을 토로할 만하다.
논란은 레미콘, LED 업계에서 더 거세게 일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원래 대기업이 일으킨 사업인데 안방을 다 내주라니 황당하다"며 "수출산업도 아닌 100% 내수산업인 레미콘 회사보고 사업 철수를 주문하면 퇴출결정과 뭐가 다르겠느냐"는 주장이다. 업체 규모별로 그에 합당한 공사현장이 있고 수주가 분리돼 이뤄지는데 일방적으로 큰 기업은 빠지라는 건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LED 부문에서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의 일부 사업 철수 권고'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벌브형 LED, MR, PAR 3개 품목만 사업을 할 수 있다. 나머지 직관형LED, 가로등, 보안등, 공장투광등, 면광원, 스탠드, 경관조명장치 등은 아예 사업할 수 없고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조달시장엔 참여할 수 없다.

삼성(삼성LED) LG(LG이노텍) 포스코(포스코LED) 동부(동부라이텍) 등은 정부가 LED를 녹색성장과 연계한 신수종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빠지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볼멘 소리다. 또 국내 대기업의 배제가 과연 중소기업의 혜택으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국내 직관형 LED 시장의 60%를 필립스 오스람 GE 등 외국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빠지면 결국 이들의 시장점유율만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외국업체들은 80~90% 조립제품을 들여와서 중소기업에서 완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중소기업이 우대되면 결국 실질적인 이익은 외국업체가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슷한 논란은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하다. 즉 적합업종 선정이 과연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냐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초심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데스크톱 PC에서 삼성 LG가 철수하면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시장을 가져간다기보다는 HP 등 외국 대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아닌지, 우리 산업엔 뭐가 도움이 되는 건지 말이다.
최근 풀무원이라는 업체가 미국 시장 진출 20년만에 '미국 두부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두부'라는 게 생소한 시장에서 건강식품을 알리고, 브랜드를 알리고,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두부를 다시 개발하고 그 작업이 20년이 걸렸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확장을 자제하라며 규제대상인 이 업체가 세계시장에서는 그 정도로 존재감을 얻기가 힘들 정도로,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왔던 작은 기업일 수 있다는 사실, 동반성장위원회는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고려해봤으면 한다. (풀무원이란 회사가 적합업종 선정과정에서 논쟁이 됐었기 때문에 예로 들기가 다소 조심스러웠지만, 최근 (11월 6일)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기 때문에 밝힌다.)
사실 애초부터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선정은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사업영역을 일정 잣대로 그어서 너는 이거 하고 너는 이거 하지 마라 정한다는 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동반성장위원회는 강제권고 대신 자율적인 합의를 유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실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으로 봐서 목표대로 된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이미 논의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는 뒷말도 들려오고 있고, 산업계의 반대 의견이 어느 정도 심한 건지에 대해 논의과정에서 제대로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는 불만섞인 말이 돌고 있다. 직권으로 '권고'라는 다소 강압적인 수단을 썼다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런 논란을 예상했으면서도 기준을 얼렁뚱땅 애매모호하게 정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유리하게 해석하고, 중소기업은 또 자신들의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오히려 분쟁의 시비만 남길 뿐이다.
무엇보다 '동반성장'의 이슈를 '규제'와 '제약'이란 관점에서 풀어선 해법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논란만 야기한다는 걸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기자도 대기업의 무리한 독점을 절대 찬성하지 않고, 계열사 만들어 일감몰아주기 하는 불공정한 관행같은 것에는 반드시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명백한, 시작부터 평등하지 못한 싸움을 막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건건이 진입을 막고, 더 늘리지 말아라 간섭하면서 떼어놓은 중소기업의 몫이 중소기업에게 돌아갈지 제3의 경쟁자에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산업생태계의 변화는 빠르고 또 복잡하게 전개된다. 대기업이 철수하면 중소기업이 수혜대상이 될 것, 그래서 서로 모두 다 잘사는 따뜻한 상생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가정은 지나치게 순진하며 단순하고 현실적이지 못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을 항상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약자', '피해자'라는 인식을 정부가 더 확산시키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중소기업은 구인난, 대졸자는 구직난처럼 해결되지 않는 큰 미스매칭은 다름 아니라 중소기업에 가면 '사회적인 실패', '약자의 집단'에 들어간다는, '루저(loser)'가 된다는 비뚤어진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역량을 보지않고 근거가 모호한 규모를 중심으로 '중소'로 나눠서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것 위주로 중소기업정책을 짜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최근 '강소기업'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그런 맥락인데, 여전히 우리사회에선 중소기업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 외에 동반성장위원회의 다른 여러 순기능들을 통째로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렇게 선긋기, 땅나누기 식의 접근은, 전체 땅 크기를 늘리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