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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몸값' 높인 중국

입력 : 2011.11.05 13:45

유럽 지원카드 유보…환율절상 속도 양보 여지


4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유로존의 위기 국면 속에서 몸값을 한껏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진행된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중국이 유럽을 도울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지만 중국은 끝까지 유럽의 애만 태우며 지원 카드를 아꼈다.

유럽연합(EU)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참여를 요청했다. EFSF의 최고경영자인 클라우스 레글링도 지난달 28일 베이징을 직접 찾아가 투자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유럽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중국은 처음부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대변인들은 '동주공제(同舟共濟ㆍ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의 정신으로 공동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유럽이 스스로 적극적 조치를 취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자구책 마련을 강조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은 G20 참석 전 베이징에서 한 기자회견을 통해 "투자 결정 전에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EFSF 참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입을 통해 정리됐다.

후 주석은 G20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3일 칸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유럽의 채무 위기를 해결할 책임은 주로 유럽에 있다면서 지원 요청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후 주석은 "우리는 유럽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혜와 역량을 갖추었다고 믿는다"는 점잖은 수사를 구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유럽 지원 요청을 일단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사실 중국은 G20 정상회의 전부터 EFSF 참여 문제는 정식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그리스가 2차 구제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서는 등 유럽 내부에서조차 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부 '교통정리'부터 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이 뻣뻣하게 나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이 도움을 얻으려면 중국의 숙원인 시장경제지위 인정과 첨단제품 금수 해제라는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이탈리아로 재정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유럽은 중국에 계속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에서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자국의 몸값을 한껏 높이는 자리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은 5일 G20 정상회의 결과를 평가하는 논평에서 "우리는 선진 경제국들이 스스로 위기에 대처할 용기를 발휘하기 바란다"며 "유럽의 채무 위기는 전세계 경제에 최대 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는 만큼 재정 적자 해소, 투명한 재정 정책 등을 통해 유럽 스스로 위기 해결에 공헌해야 한다"고 유럽을 압박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가속화할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 합의돼 중국이 일정한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G20 정상들은 공동선언문과는 별도로 채택한 행동계획에서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라는 기존의 합의 문구를 재확인하는 가운데 미국 측 의견을 반영해 그 이행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에 탄력성을 증대시키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는 성장에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인민폐 환율 절상 문제를 놓고 갈등해온 미국은 이번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지만 막상 중국에서는 이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여러 자리를 빌려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 이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환율의 탄력성을 늘려가겠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2005년 7월 환율 개혁 이후 30% 이상 절상됐고, 작년 관리변동환율제가 다시 시행된 이후를 기준으로도 7%가량 절상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21세기경제보도는 5일자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인민폐 환율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제목을 뽑으면서 공동선언문에 중국 위완화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중국 매체들도 주요 합의문인 공동선언문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담기지 않은 것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 밖에도 중국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외화보유액을 줄여나가기로 약속했지만 이 또한 무역 수지 균형을 추구하며 흑자를 줄여나가겠다는 중국의 기존 경제 정책 기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국은 이번 정상 회담을 활용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결제 수단인 특별인출권(SDR)의 범위를 위안화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