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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은 음모론의 광신도"

입력 : 2011.10.26 18:44

NYT, 미국이 이라크 침공 당시 확보된 회의록 소개


'거대한 야망과 엉터리 정세판단의 치명적인 부조화'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입수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집권 시절 비밀회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가 모든 일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바라봤으며, 야심은 거창했지만 국제정세와 적국의 전력(戰力)에 대해 터무니없는 오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우드로 윌슨 센터의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입수한 후세인 비밀자료 가운데 20여 개가 공개됐다며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1986년 11월 15일 회의기록에 따르면 후세인은 그 이틀 전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무기 판매를 발표한 데 대해 7년째를 맞은 이란-이라크 전쟁이 더 장기화하게 하려는 속셈이라며 "이라크를 겨냥한 음모"로 평가했다.

그러나 사실 미국 정부가 대이란 무기판매를 결정한 것은 당시 이라크보다는 이란의 새 정권과 비밀 소통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고, 레바논에 잡혀 있던 미국인 인질들을 석방하는데 이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또 별개 회의록에서 후세인은 이란을 성매매 여성에 비유하면서 미국이 이란에 접근하는 이유는 "이란이 우리보다 친절하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와 달리 그들(이란)은 거리에서 차에 태우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을 일주일 앞뒀던 1990년 7월25일 당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 에이프릴 글라스피와 만난 뒤 미국이 쿠웨이트 침공을 좌시할 것으로 오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80년 9월 이라크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 개전 초기였던 그해 9월 16일 회의록에서 후세인은 이란의 전투의지와 역량을 과소평가, 조기 항복을 예상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란인들이 접경지역에 집중된 이라크의 무력을 극도로 두려워할 것으로 오판했던 것이다.

결국 이란이 정유시설과 원전 등 이라크의 주요시설을 공습하며 맞서자 후세인은 혼비백산했다. 그해 10월 1일 회의에서 그는 자신의 오판이 믿기지 않는 듯 이란의 반격에 대해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다.

NYT는 이번에 공개된 기록으로 볼 때 후세인은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했으며,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을 오해하는 등 나라 밖 세계에 대한 이해가 취약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라크 비밀회의 자료를 연구한 듀크대 할 브란즈 조교수는 "음모적 수단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후세인은 모든 사람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믿었다"고 평가했다.

1979년 이라크 대통령에 취임한 후세인은 국내적으로 반대세력을 강력 탄압했고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전쟁, 쿠웨이트 기습 점령 등으로 호전적인 면모를 보였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인해 권좌에서 쫓겨난 그는 2003년 12월 미군에 생포된 뒤 2006년 12월 30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