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취재파일] 삼성-LG 공방, 썩 탐탁치 않은 이유

정호선 기자

입력 : 2011.10.18 09:02

말꼬리잡기 싸움보다 할일이 많다


우리나라 대표 IT 기업 삼성과 LG간 공방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양사는 전통적으로 경쟁관계였던 만큼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는 행보는 원래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이른바 '네거티브' 공방, 더 나아가 진흙탕 싸움같은 불편한 양상까지 보이게 된 계기는 3D TV에서 촉발했다.

올해 연초 3D TV의 기술방식을 놓고 감정 섞인 논쟁이 시작됐다. 각각 셔터안경과 필름패턴 편광안경 방식의 3D TV를 출시한 이후 상대 기술의 단점을 부각시키며 다툼을 벌여왔다. 포화 상태인 TV산업에서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존심 대결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양사는 소비자 테스트, 전문가 집단 테스트, 외부 언론 보도 등 다양한 근거를 기준으로 서로가 기술 면에서, 화질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료를 쏟아냈다.

소비자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어떤 제품이 더 우수한지 제대로 된 정보는 제공받지 못하고 깎아내리기,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리는 양사의 마케팅에 적잖게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은 온갖 제품 비방만 듣고 좋은 점은 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반기 들어 전반적인 TV시장 부진과 맞물려 양측간 싸움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 그러다 다시 싸움이 촉발된 건 LTE폰. 이젠 LTE폰 화질의 우수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옵티머스 LTE'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최초의 HD스마트폰, 아몰레드보다 뛰어난 화질이라며 경쟁사 제품과 비교가 안 된다고 삼성전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3D TV 때 LG전자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다가 오히려 말렸다는 후회를 내부적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LG전자 발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현재 'HD수퍼 아몰레드'를 준비 중인데 LG가 몇 개월 전 '아몰레드'를 비교 대상으로 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LG 측은 안정성이 뛰어난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유기물을 사용한 아몰레드보다 소비전력과 발열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삼성전자는 '아몰레드' 화면이 밝기, 선명도, 가독성의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고 맞서고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 유기발광' 재료를 쓰기 때문에 오히려 전력소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해당 시연회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3D TV 때와 마찬가지로 육안으로 어떤 것이 확연히 낫다는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반응들이 많다. 자신에게 더 좋게 보이는, 자신에게 더 편하게 느껴지는 화질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역시 3D TV 때처럼 서로 다른 방식에서 차이가 오는 것임에도 우리 것만 최고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에 이런 벼랑 끝 마케팅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전자제품이든 어떤 소비재든 마찬가지다. 100대 0, 절대적인 건 없다. 이런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건 소비자 선택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 양사가 벌이는 흑색선전은 거의 정치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까지 다툼을 이어갔다. LG전자 네덜란드 법인은 지난 7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삼성 3D TV만이 유일하게 3D를 경험할 수 있다고 표현한 삼성 3D TV광고는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는 부당한 광고'라며 네덜란드 광고심의기구(ACA)에 이의를 신청했고, ACA는 LG전자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

글로벌 기업이니까 문제가 있으면 해당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겠지만 한 기업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소식에 기뻐하기가 좀 찜찜해지는 소식이다. 굳이 애국심까지 끌어내 확대해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국내의 두 대표 기업이 광고문구로 싸우는 모습은 우리 국민들로선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 세계 TV시장은 계속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이유도 있고, 경기 불황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LCD값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양사의 경쟁심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이런 걸로 싸우기엔 더 심각한 문제가 많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게다가 정작 우리 TV는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유명 소비자 기관인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현지에서 유통 중인 LCD TV를 6개 사이즈로 나눠 품질을 평가한 결과, 대부분 업체가 주력하는 40인치대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소니가 싹쓸이 하다시피했던 80~90년대 미국 전자제품매장에 이젠 삼성과 LG의 TV가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전면에 진열돼 있다.

어차피 전세계가 양사의 TV를 모두 최고로 인정하는 마당에 마케팅 수단을 놓고 진흙탕 싸움으로 힘을 빼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초기 공략 실패라는 뼈아픈 과오를 극복하는데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마저 부정적이어서 신용평가사들이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실적은 시장 기대 이상으로 나와서 안도를 줬지만 이건희 회장이 누차 강조했듯 향후 어려운 시기가 예상된다. 반도체 단가는 원가 이하로 내려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하드웨어 위주의 삼성을 위협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은 연일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을 비롯한 전세계 IT업체들이 그야말로 일대 '대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 기업인 삼성과 LG가 연합전선은 구축하지 못할 망정 마케팅 수단을 놓고 말꼬리잡기식 다툼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제품경쟁력을 위한 치열한 견제는 발전을 유도하지만 이젠 날선 상호비방전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