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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월가 시위대는 고민중

입력 : 2011.10.18 05:03

뉴욕시위 주최측 "2주내에 요구사항 내놓을 것"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한 구석에서 수십명이 모여 앉아 밤새 머리를 맞댔다. 시위대의 한계로 지목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시위대에서 역사 선생을 맡고 있는 숀 레던(35)은 "우리에겐 요구사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력은 요구사항이 없으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프레더럭 더글러스(옛 미국의 노예해방론자)의 발언도 보탰다.

월가 점령 시위가 한달을 맞으면서 그 영향력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 정치권의 핵심 논쟁거리가 됐는가 하면 유사한 집회가 세계 각국으로 들불처럼 확산됐다. 그럼에도 사회변혁의 동력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걸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레던을 포함한 시위대 일부가 열흘쯤 전 '요구사항 실무그룹'(DWG)을 구성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방 또는 지방정부가 채택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들을 도출하는 것이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다. 하지만 특정 지도부가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월가 시위대의 속성상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시애틀을 점령하라' 시위대는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투표를 진행중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국영화'가 395표, '교육기회의 균등'이 138표, '법인격(corporate personhood)의 종식'이 245표를 각각 얻은 상태다. 이 투표는 그러나 곧 중단된다. 요구사항을 사전에 설명하지 못한데다 시스템 문제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불만에 따른 것이다.

이 시위대의 주최측 일원인 마이크 하이네스는 "서로 지역은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배를 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모두 가능한 한 많은 목소리를 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코티 공원의 DWG는 지난주 2시간짜리 공개포럼을 열어 일자리와 기본권 보장 등 2가지의 핵심 카테고리를 도출했다. DWG는 일주일에 두번씩 회의를 열어 세부적인 요구사항 리스트를 개발하고 시위 참가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매일 밤 현장에서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총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총회 표결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공식 요구사항으로 채택되는데 반대자의 경우 표결 연기를 요청할 수 있다. 사실 총회는 앞서 '뉴욕시 점령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선언문은 기업에 대한 불만사항의 목록과 평화적인 방식으로 시위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많은 참가자들에게 이 선언문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언문 이상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같은 `열린 민주주의'가 월가 점령 시위의 본질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개브리엘 윌로우는 "요구사항은 그것에 대답할 상대방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위대의 권위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가 어떠한 요구사항이든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구호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부 진영에서는 지금도 언제든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있음을 강조했다.

2009년 뉴욕주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정도로 정치성향이 강한 데이비드 하크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자는 제안이 거부됐을 때 다소 실망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진정한 민주적 절차에 감동받고 있다. 비록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할지라도..."라고 말했다.

하크와 같은 진영의 대학원생인 세실리 맥밀란(23.여)은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운동은 `농담'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또 정당한 요구가 있으면 노동계 등으로 참여 세력이 확장될 수 있다"며 앞으로 2주 이내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총회에 회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텍사스주 오스틴의 시위대는 세제 개혁과 법인격의 종식 등 4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그곳에서는 이번 운동을 내년도 대통령 선거와 직접 연관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활동가인 로런 워커는 "지금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때"라며 "대선 이전까지 혁명적인 정책 제안을 도출하자"고 말했다.

이밖에 보스턴과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비록 더디지만 구체적인 요구사항의 도출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