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각국으로 확산…참여자 증가
구호 산만해 지향점 마련은 어려워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시작된 지 오는 17일로 한 달을 맞는다.
이 시위는 초기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지금은 미 전역은 물론이고 캐나다와 호주, 아시아, 유럽 각국으로 번져나가는 등 예상 외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특히 15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각국 지도자들이 시위대의 주장을 근거로 자본주의가 반성해야 할 때라며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위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고 지향점도 뚜렷하지 않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으로 확산 주목 끄는 데 성공
월가 시위는 불과 3주 만에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워싱턴DC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이에 동조하는 시위가 이루어져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근로자들 대다수가 속해 있는 대형 노조들도 가세해 규모가 커지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시위 열기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로도 번졌다. 미국에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로 이어지더니 이후 호주와 일본, 유럽 등에서도 간간이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
15일에는 한국의 서울을 포함해 전세계 40여개국 수백여 도시에서 자본주의의 탐욕을 지적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시위대의 주장에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초기에는 단순히 실직자들이 모여 불만을 터뜨리는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이후 이들의 분노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와 이제는 중·장년 층도 스스럼없이 참여하고 있다.
월가 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가 이어지면서 서민 생활이 어려워진 것이 확산의 기반이 됐다.
특히 금융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월가는 반성하기는 커녕 국민세금으로 기사회생한 뒤에도 보너스 잔치를 벌여 지탄을 받았다.
경기 부양에 전념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부채 한도 설정을 놓고 정쟁을 거듭하는 등 국민을 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도 시민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책의 책임자이면서도 월가 시위는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시위의 핵심은 미국인들이 시스템이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내 유력 대권주자들이나 정당, 사회단체 등도 시위에 대해 언급하는 등 월가 시위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커졌다.
이 시위를 계기로 자본주의의 잘못을 찾아내 수정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구호들 방향성 설정 미흡
월가 점령 시위대의 구호는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도 매우 다양하다.
많이 나타나는 구호를 정리하면 '자본주의의 탐욕을 버려야 한다', '달러(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 '생계비,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게 해달라', '다수인 99%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종식해야 한다' 등이다.
이외에도 반전(反戰), 여권(女權) 향상, 인종차별 반대, 종교자유, 등록금 인하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마다 중요한 이슈들이 모두 등장하고 있다.
요구 사항이 다양한 것은 광범위한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시위의 힘을 응집시켜야 하는 시점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다 할만한 시위 지도부가 없고 조직력도 약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시위의 목표가 정돈되지 않아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라이베리아 출신 평화운동가 리머 보위는 지난 7일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특강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방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위는 좋은 징후지만 시위대는 이제 '월가를 점령한 이유'를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곳에서는 별 반향을 얻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례로 미국 공화당 지지성향이 강한 남부 지역에서는 몇몇 대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긴 했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텍사스 최대 상업도시 댈러스의 시위 참여자가 30여명에 불과했다.
시위가 정치인들의 선전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대체로 시위에 공감하는 모습을, 공화당은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시위를 해석하는 시각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위대 두둔 발언을 놓고 보수주의 작가 터커 캐리슨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월가 기업들에 후원금을 많이 받아 챙겼다고 지적했다.
월가 시위대가 규탄하는 이른바 상위 1%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허먼 케인은 "자신이 실패했다고 해서 성공한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대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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