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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담배꽁초와의 전쟁

김요한 기자

입력 : 2011.10.05 11:26|수정 : 2011.10.05 13:11

아이디어로 줄인 쓰레기


얼마 전 퇴근길에 친한 형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형수가 블랙박스를 새로 설치했는데 너무 좋아한다는 거였습니다. 블랙박스 화면에 담배꽁초 버리는 장면이 자주 찍혀서라나요. 꽁초 투기 장면을 구청에 신고하면 1만 원씩 주는데 한 달 만에 벌써 10건이나 모았다고 하더군요. 출퇴근길에 공돈이 생겼으니 좋아할 만도 하지요.

기사를 찾아보니 7월에 양천구에서 발표를 했더군요. 블랙박스 화면을 활용해서 꽁초 투기를 단속하겠다고 말이죠. 2달 가까운 기간 동안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형수님께 블랙박스 영상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매일 아침, 거리를 청소 하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을 찾아갔습니다. 쓰레기가 얼마나 줄었는지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쓰레기 중에서 담배꽁초의 양만을 따로 측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꽁초가 많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대체 이 제도를 어떻게 시행하게 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왜 양천구만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양천구 담당자를 찾아가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제도를 시행하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한 시민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운전자의 사진이 담긴 블랙박스 화면을 경찰청에 보내 왔다고 합니다. '포상금을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요. 하지만 경찰청에서는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지 않습니다.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는 일은 구청 담당이니까요. 그래서 경찰은 사진을 구청으로 넘겼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각 구청들은 쓰레기 투기 신고 포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과되는 과태료는 대략 3만 원 수준이고요. (구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만) 포상금은 1만 원부터 많게는 2만5천 원까지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투기 장면을 사진으로 찍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그래서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포상금 지급이 많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포상금 금액이 크지 않으니 전문 파파라치도 생겨나질 않고요.

사진을 받아든 양천구 담당자들이 난감해 하다가 무릎을 칩니다. '아, 이걸로 단속을 하면 효과가 좀 있겠구나!' 그리고 검토해 보니 조례를 새로 만들 필요도 없었습니다. 현행 조례를 그냥 적용해 시행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는 곧바로 방송과 신문을 탔습니다. 블랙박스 꽁초 단속은 그렇게 시작된 거였습니다.

한 시민의 엉뚱한 제보와, 담당자들의 아이디어가 맞물리면서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만점인 근사한 제도가 생겨나게 된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제도가 많이 좀 확산되면 좋겠더군요.

매번 남 비판하고 이른바 조지는(?) 기사만 쓰다가(그게 제 역할이긴 하지만, 쓰는 저도 마음이 참 무겁거든요) 잘했다고 칭찬하는 기사를 쓰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많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일 SBS 8뉴스에 보도된 기사 다시보기: '꽁초 잡는 블랙박스' 맹활약…확대 적용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