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보다 점주들을 챙겨주세요
프랜차이즈 업체와 관련한 기사를 하나 썼습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불합리하게 소송을 당한 한 가맹 점주분의 이야기였습니다. (https://bit.ly/p0HGNL)
사실 관계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본사와 3년 계약을 맺고 가맹점을 운영하다가 중간에 갑상선암이 생겨 가게를 정리했는데 소송을 당한 거지요. 본사의 서면동의를 얻지 않고 가게를 닫았다는 이유로요.
이 점주는 분명히 담당 직원에게 내용을 얘기했다고 하고, 이 가맹점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하고, 하지만 법원은 가맹 점주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보시면 될 겁니다)
본사에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보통은 해당 업체의 홍보 담당자와 주로 통화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치더군요. 본사 홍보 담당은 물론이고, 그룹 내 여러 관계자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회사 내 다른 선배들에게도 얼마나 전화를 했는지 보는 사람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전화가 이렇게 오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대부분 취재 경위와 대상, 방송 날짜와 범위 등이었습니다. 사건 내용에 대한 자세한 해명도 없이 말입니다.
밤늦게 퇴근을 하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OOO그룹 홍보 담당자입니다. 인사를 좀 드리고 싶어서요." 공식 인터뷰를 앞두고 무슨 인사를 드린다는 말인지 의아했습니다. 인터뷰 때 뵙자고 말씀드리고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랬더니 회사 앞에 와 있다면서 계속 만나자고 하시더군요. 사양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솔직히.
사실, 이 회사는 대응이 극성스럽기로 유명합니다. 그 회사 오너의 뜻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인들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 기사화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지요. 그래서 더더욱 사석에서 만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2시간 남짓 공식 인터뷰를 했습니다. 본사 법무팀과 마케팅팀은 물론, 그룹 홍보팀과 자문 변호사까지. 카메라 인터뷰는 10분도 안 걸렸지만, 설명이 꽤나 장황했습니다. 그래도 선입견을 가질까 싶어 최대한 경청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저녁, 회의를 하던 도중 전화를 받았습니다. 본사 홍보팀인데 회사로 찾아왔으니 만나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충분히 인터뷰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혹시 설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회의와 선약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전화 통화로 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무조건 만나자고 하더군요. 20분 쯤 사양하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날도, 그 전 날도 여기저기서 수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인터뷰가 이뤄지기 전에 너무 많은 전화를 받은 터라 공식 인터뷰 자리에 나온 분들께 정중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기사를 빼기 위해 회사 내 다른 분들께 민원전화를 하지 말아달라고요. 해명이나 설명은 충분히 들을 테니 제게 직접 전화를 달라고 말이죠.
소용없었습니다. 여러 루트로 수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회사 직원을 통해 제 집주소를 알아낸 뒤 저희 집 앞에 찾아와 4시간 넘게 저를 기다렸다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다급한 심정이야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기사가 나가는 날, 해당 기업의 고위 간부가 회사로 찾아왔습니다. 만나지 않겠다고 하자, 또 한 번 전화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로비에서 만나 3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부분 이미 나눈 이야기였습니다.
기사가 나가면 회사와 브랜드가 피해를 보게 되니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연거푸 하시더군요. 기사를 낼지 말지는 저희가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건 저희 몫이니까요. 제가 그 쪽 기업의 인사권을 주무를 수 없듯 말입니다.
30분 쯤 대화를 나누고 올라왔습니다. 본사 이름을 공개할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사 이름을 공개할 경우 애먼 가맹점주 분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기사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브랜드는 직영점대 가맹점 비율이 1:5 정도로 가맹점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사가 나갔습니다. 사실 그렇게 요란을 떨만한 기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기사 나가기 직전까지 그렇게 빗발치던 전화가 기사가 나가자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문자 몇개 빼고는요. 해당 기업 홍보팀은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뭔가 불리한 기사가 나갈 것 같으면 기자에게 온갖 감언이설과 민망한 대접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옹색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태도.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살아있는 곳이라면 그럴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리저리 어렵게 대출을 받아 3~4억 원을 투자했는데, 한 달 수입이 고작 2~300백만 원에 그친다면…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새벽 7시부터 밤 11시까지, 1년 365일을 매일같이 일하고도 본사 배 불리는 일만 하고 있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기자를 챙기기보다 점주들을 챙겨주십시오. 가맹점주 분들에게 전횡을 휘두르는 관리자 분들을 살펴봐 주십시오. 그렇게 비굴하게 저희 챙기셔봐야, 기자들 버릇만 나빠집니다.
해당 기업이 여러차례 지적된 문제들을 얼마나 성의껏 해결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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