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와 친분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독립성 한계
부산저축은행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부실저축은행 부패 경영진들을 제대로 감사,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금감원 출신 낙하산들이 사외이사로 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 때도 금감원 출신만 막는다는 게 사외이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감독 당국과 부패 경영진과의 연루는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게 맞지만, 그들이 가지 않는 사외이사 자리는 다른 낙하산들이 자리를 채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외이사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없이는 누가 비리에 연루되나만 달라질 뿐, 반복되는 문제다.
실제로 상장사들은 대주주나 임원과 관련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발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상장사 338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5곳 중 1곳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 대주주나 임원과의 친분 관계를 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사외이사 추천 때 주된 고려사항은 '대주주와 임원과의 친분', '경영에 대한 업무 협조 성향, '업계 인맥 보유' 등이 꼽혔다. 결국 사외이사들이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비판과 견제보다는 외풍에 대한 바람막이로 활용되는 것이다.
상장사 스스로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요인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이 '대주주와 경영진과의 친분 관계'였다. 이렇게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외이사를 뽑았을 때 독자적인 감시기능이 훼손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상장사의 주요 정책결정에 대해 사외이사가 어떤 반대 의견을 내고, 수렴해가는 본연의 의사결정 과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던 7개 저축은행에서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계속 참석하면서도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회의 참석 거마비는 받지만 거수기 역할만 한 것이다. 처리 안건에는 임원 연봉 인상이나 유상증자, 재무제표 승인 등도 있지만 부실을 불러온 부동산PF대출 규정을 고치는 것도 있었다. 때문에 부도덕한 경영진도 문제지만 사외이사들의 직무유기가 저축은행 사태의 또다른 원인이란 지적은 그 때문에 나온다.
대주주와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계는 사외이사 선출방식에서부터 존재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로 대표이사, 사외이사로 구성되니 사실상 대주주가 임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회계부정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적정의견을 낸 회계법인에 대해 앞으로는 징계하겠다는 대책이 나왔지만,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사외이사들은 평균 회의 몇 번 참여하고 연간 3~4천만 원, 많게는 5~6천만 원씩 급여를 받는데, 회사의 부정 조차도 잡아내지 못했다면 무능을 넘어 비리를 방관, 조장한 책임까지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에게도 제재를 가하고 책임을 물어야 제대로, 꼼꼼하게 사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기업의 사외이사 선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기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에서 CEO를 배제해, 진정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경영진과 주요 주주들과 친족, 학벌, 출신, 사회적 인간관계(종교, 동호회 등)까지도 살펴 관련이 있는 사람을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얘기도 있다.
내부자들은 기업의 문제를 지적하기 껄끄러운 경우가 많다. 아니, 꼭 껄끄러운 것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보면 스스로의 문제를 잘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게 사외이사다. 그런데 사외이사가 내부자만도 못한 기능을 하고 경영진과 결탁한다면 이 제도의 존재이유 자체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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