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용산' 거부했던 삼성물산에 '알짜' 사업권(?)

입력 : 2011.09.26 14:34

용산역세권개발, 삼성물산에 '몰아주기' 의혹
업계 "특정업체에 유리한 공모···이해 안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사가 지급보증을 거부하며 경영권을 반납한 삼성물산에 핵심 공사를 몰아줘 건설업계가 황당해 하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삼성물산에만 유리한 공모 조건을 내걸어 이 회사에 평가점수 100점 만점을 준 것으로 드러나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2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에 따르면 사업비 1조4천억 원 규모의 랜드마크타워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이 선정됐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단일 건축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빌딩 공사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라는 업계의 '두 공룡'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초고층 시공 기술력을 인정받은 삼성물산에 시공권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162층 828m),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101층 509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타워(92층 452m) 등 세계 1, 2, 5위 높이의 초고층 건물 시공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과는 아니지만 문제는 선정 절차의 공정성이다.

랜드마크타워 시공사 심사기준은 신용등급(30%), 시공능력(20%), 공사기간(10%), 전환사채(CB) 인수 참여(10%), 공사이익비율(10%) 등인데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삼성물산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형 건축사업의 공개입찰에서는 토목과 건축을 합친 토건 분야의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따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공모에서는 건축 분야 순위로 한정해 삼성물산을 대놓고 밀어줬다는 주장이다.

최근 3년 동안의 평균 토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현대건설이 1위, 삼성물산이 2위지만 건축 실적만 집계하면 삼성물산이 1위, 현대건설이 2위로 순위가 달라진다.

실제로 이번 공모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나머지 5개 항목에서 똑같이 만점을 받았지만 시공능력 항목에서 0.52점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축사업을 수주할 때 0.3점 이내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모에서는 건축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 업체가 2위 업체에 0.5점 이상 앞서니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물산과 함께 시공에 공동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배제했다는 점도 '공사 몰아주기'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이번 공모에서 시공능력평가 1, 2위 업체에는 단독 입찰만 허용하고 3위 이하 업체들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했는데 컨소시엄의 경우 참여 회사들의 평균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시공능력 점수로 인정키로 했다.

즉, 3위 이하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평균 시공능력 순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어 수주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데다 수주가 가능한 1, 2위 업체와 공동 참여하는 길까지 완전히 막혔다는 이야기다.

특히 삼성물산 외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시공 지분을 보유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삼성물산의 들러리만 서고 랜드마크타워 공사에 전혀 참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한 지분 보유사 관계자는 "기존 계약대로 참여 지분에 따라 공평하게 시공 물량을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공통 입장"이라며 "시행사가 랜드마크타워의 상징성과 홍보효과 측면에서 삼성물산에 몰아주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용산역세권개발의 대주주로 사업을 주도하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토지대금 지급보증 요청을 거부하며 경영권을 반납했는데도 시행사 측이 '특혜'를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모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지급보증을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경영에서 빠진 회사인데 세월이 지나 금융환경이 나아지니 결국은 원하는 대로 지급보증을 하지 않으면서도 잇속만 그대로 다 챙긴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질의응답 시간조차 배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선정에 따른 언론의 따가운 비판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용산역세권개발 고위 관계자는 "사실 삼성물산은 이혼한 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왕이면 다른 회사에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나"며 "그렇지만 지난 일은 잊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회사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고 삼성은 초고층 경험이 풍부하다"라고 '몰아주기' 의혹을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