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미국의 대부분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수리업체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지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새 차를 사는 대신에 타던 차를 고쳐 쓰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자동차 수리업체가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팔린 자동차 수리용 부품은 360억 달러어치였는데 이는 3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해 10.5%가량이 늘어난 수칩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1천 6백 만대의 새 차가 팔렸지만 2009년에는 1천 40만대로 30%가 넘는 5백 만대 이상이 줄었습니다.
필자가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연수하면서 지켜 본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은 우리나라와 자동차 문화에 있어서 많이 차이가 납니다. 워셔액이나 와이퍼 뿐 아니라 자동차 전조등이나 후미등 교체와 같은 웬만한 정비는 본인이 직접 합니다. 대형할인점에 가면 아예 자동차 코너에서 웬만한 부품을 판매합니다. 워낙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보니, 싼 부품을 사서 직접 정비를 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미국의 주유소는 모두 셀프입니다. 신용카드로 주유기에 결제를 한 뒤 본인이 주유를 직접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셀프 주유소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여 기름 값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난 뒤에 받는 휴지나 생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다니는 경우도 흔한 일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미국에서는 많은 차량들이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나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내비게이션 (미국에서는 GPS라 부릅니다)을 사게 되는데, 우리나라 내비게이션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8인치 화면에 TV도 나오죠? 그래서 가격도 5-60만원씩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좋다는 GPS가 150달러(17만원) 가량 합니다. '가민(GARMIN)'이나 '톰톰 (TOMTOM)'사가 만든 게 주종인데 화면 크기가 우리 내비게이션의 1/4사이즈 정도 밖에 안되고 TV도 나오지 않지만 그 넓은 미국 땅 어디든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차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워낙 땅덩이가 큰 나라라 주차장을 넓게 만들다 보니 사이드 미러를 접을 필요가 없기도 하겠지만, 굳이 필요 없는 기능을 추가해 차 값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자동차 옵션도 한국과 달리 매우 단순합니다.

자,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올해 현재 한국에서 승용차 보유대수는 천3백99만대에 달합니다. 1가구당 평균 1대씩 꼴입니다. 해가 갈수록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자동차 보유대수가 늘고 있습니다. 물론 신차의 판매량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의 평균 차령(차의 나이)가 11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려고 11년 전 그러니까 2000년의 신차 모델들을 알아봤습니다. 코란도, 레간자, 매그너스, EF소나타, 크레도스2, 슈마, 라노스, 엔터프라이즈, 티코 등입니다. 모두 단종된 차량들이죠? 길을 가다 보면 아주 드물게 위 차들을 볼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차를 볼 때 마다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나라는 새 차로의 교체가 빠릅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 차 교체 주기가 어떨까 알아봤습니다. 2005년 자료가 있더군요. 한국 사람이 쓰던 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사는 주기는 평균 6.3년입니다. 미국이 7.1년 프랑스가 8년, 일본이 9.5년인데 반해 새 차로 바꾸는 주기가 빠르다는 얘깁니다.
차를 쓰다가 폐차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봤습니다. 한국이 8년, 미국이 16.2년, 프랑스가 15년, 일본이 18년입니다. 한국 차의 품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고작 평균 8년을 쓰면 폐차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낭비 같아 보입니다. 차량이 폐차되기 전까지 주행하는 평균 거리도 미국이 30만 km, 일본이 26만 km, 프랑스가 21만 km인데 반해, 한국은 14만 km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외국에 비해 잘 사는 나라도 아닌데 차량만 놓고 볼 때도 훨씬 낭비적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이른바 타인 의식도 작용한 탓일 겁니다. 또, 자주 차량 모델을 바꿔 가며 소비를 유도하는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전략도 한 몫 하는 듯 합니다. 또, 10년 이상 된 차량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것도 신차로의 잦은 교체를 유도하는 원인이 된 듯 합니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지난 2009년에 이런 기사가 있네요. 노후차량 교체 시에는 소비세와 취-등록세를 70%를 낮춰준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포석인데, 실제로 이런 세제 지원 혜택으로 자동차 내수가 1년 만에 46%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전 세계 자동차들이 굴러 다닙니다. 차량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해 그리고 한 명의 소비자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각 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피 터지게 경쟁합니다. 자동차 가격도 우리 나라와 비교해서 절반 내지 60% 정도 수준이고, 통상 10년, 10만 마일 (16만 킬로미터) 동안 무상 수리가 됩니다. 차량 수리를 들어가면, 공짜로 렌터카도 제공해 주고,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불편함이 없는지 조사를 합니다. 그런데도 미국 사람들은 새 차를 사기 보다는 폐차 때까지 타던 차를 타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겁니다.
자동차를 너무 오래 타면 매연에 따른 환경 오염이 우려된다며, '자동차 10년 타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무조건 오래 타는 게 능사는 아닐 겁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더 탈수 있는데도 과시욕이나 소비욕구에 따라 새 차를 사는 낭비는 줄였으면 하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자동차 판매 절대 강자였던 도요타나 혼다와 같은 일본 메이커 들이 지난 봄, 지진 사태로 인해 공급 능력이 떨어진 틈을 타 한국의 현대와 기아의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고 합니다. 굳이 일본 지진 때문만이 아니라 평소 꾸준히 한국 차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차에 대해 까다로운 미국인들이 인정할 만큼 한국 차의 품질이 좋다는 얘깁니다.
국제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경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고, 가계 부채는 대란이 우려될 만큼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습니다. 이럴 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타다가 멀쩡한 차를 새 차로 바꾸는 낭비도 줄여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