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모들이 일 때문에 자녀와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물질적 보상을 통해 만회하려 함으로써 영국 가정이 '물질 만능주의' 또는 '소비 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영국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고 1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번 연구는 유니세프가 21개 선진국의 어린이 복지제도에 대한 순위를 매긴 결과 영국이 최하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원인 분석 등을 위해 영국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이뤄진 것이다.
연구팀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Ipsos MORI)를 통해 영국과 스웨덴, 스페인 어린이 수백 명을 대상으로 행복과 성공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린이 복지제도가 좋은 국가 상위권에 올랐던 스웨덴과 스페인 가정에서는 소비지상주의가 그다지 뿌리깊게 박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웨덴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와 같이 식사를 하고 낚시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반면 영국 가정의 부모들은 사회 계급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또 영국 아이들의 침실은 컴퓨터와 오락기기, 와이드스크린 TV 등을 갖춘 '미디어 원룸(bedsit)'으로 바뀌었고, TV도 아이들을 위한 보모 역할로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영국에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다른 국가에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실외 활동에 덜 참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주로 TV나 컴퓨터게임 앞에 앉아있는 생활 습관을 택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강박적인 소비지상주의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3살 난 아들에게 닌텐도 DS를 사주지 않을 경우 아들이 왕따를 당할까 봐 닌텐도 DS를 사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심하는 엄마도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조직 활동에 데려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아그네스 네른 박사는 "영국 부모들은 의미가 없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소비 시스템에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한 무더기의 물건보다는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영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과도하게 물건을 사줘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는 것 같다"며 "스페인과 스웨덴에서는 이런 강압적인 소비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겨냥한 광고를 금지하도록 영국 정부에 요청했으며, 부모들은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을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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