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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험금 타면 사기범?…해도 너무한 보험사들

한정원 기자

입력 : 2011.09.14 08:29

해도 너무한 보험사..


헐벗고 굶주리더라도 한푼 두푼 쪼개서 매달 꼬박꼬박 내는 것이 보험이죠. 지금보다 더 아프고 힘들 때에 대비한다는 개념일 텐데요, 위기가 왔을 때 사실상 그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정작 어려울 때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가 사기범으로 몰린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보험금 신청했다 사기혐의로 피소"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피해자 고모씨를 만났습니다. 지난 9년간 당뇨로 고생을 해왔는데, 제대로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년에 등산 중에 또 허리를 다쳐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병을 얻은 상황 자체도 힘겨운데,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사기범으로 몰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형편이 어려울 때도 아플 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한달 30만 원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왔는데, 정작 아프고 나니 사기범의 처지가 된 거죠. 고씨는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하는 몸을 이끌고, 경찰 조사를 받고 법정에 불려다녀야 합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건 비용 때문에 생각하기 힘들어 법률구조공단 등 지원받을 수 있는 곳도 알아보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내봤지만 별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금감원에서는 수사 중인 사안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소송 등 법적 다툼이 진행중이거나 사기가 의심되는 등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결론이 나기까지는 금감원이 개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험사들이 악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입자가 보험금 지급 요청을 해왔는데, 순순히 내주기에 금액이 너무 큰 경우 지급금액을 줄이기 위해 일단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손해사정사들의 증언입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일단 한번 따져보고 지급해도 늦지 않는다는 거죠.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 분쟁 건수를 알아봤더니, 법적 다툼에 휘말려 조정이 중단된 건은 448건이나 되더군요. 이 가운데 금융회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398건으로 열 건 중 아홉 건에 달합니다. 특히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이 전체의 90%를 넘습니다.소비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보험사는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 사태 해결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을 택하는 거죠.

당하는 건 힘 없는 가입자들입니다. 없는 형편에 치료는 받아야 하는데, 사기가 의심되는 가입자에게 다른 보험사들 역시 순순히 보험금을 내줄 리 없죠. 치료비도 없는 상태에서 사기 혐의로 법정에 끌려다녀야 하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힘든 싸움 후에도 보험사들이 선임한 변호사들을 당해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게 승소를 한다 해도 보험사가 또 항소를 할 경우 기약없는 법정 싸움이 계속되곤 합니다.

"입원비 하루 10만 원 넘으면 협박 당해"

요즘은 전혀 사기가 의심되지 않는 경우에도, 예컨대 입원비 등 진료 수당이 하루 10만 원을 넘으면 보험설계사들이 사기 혐의로 소송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요즘 '유행'이라고까지 얘기하더군요. 보험사 내부에서는 손쉽게 손실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추천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보험사의 횡포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방송사 제보란을 뒤졌더니, 며칠에 한 번꼴로 들어오는 찾기 어렵지 않은 사례였습니다. 십년 가까이 꼬박꼬박 천만 원 가까운 보험금을 냈는데, 초등학생 아이 치료비로 30만 원 병원비를 보험사에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런 식으로 하면 사기로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다가, '계약을 해지하면 소송 하지 않겠다'고 달랜다는 겁니다. 무조건 보험금 지급만 줄이고 보겠다는 거죠.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에 당신의 편이 되어주겠다며 살갑게 대하던 보험설계사가 아이가 아프다니 완전히 돌변해서 하루하루 협박을 해오자, 충격과 심리적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아 계약을 해지해버렸다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한 서민들이 아프거나 다쳐서 받을 진료비와 입원비 등을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챙겨갔다는 보도를 한 일이 있습니다. 특히 7월부터는 이렇게 아픈 서민들의 보장성 보험을  압류, 해지해 빼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됐는데, 이 법 시행을 앞두고 계약 해지가 급증했다고 하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험사로서는 수익을 우선시 하는 게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보험금을 꼬박꼬박 받아 챙긴 뒤 어려울 때는 아픈 서민들을 외면하는 보험사들의 횡포,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