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천 모씨가 배가 아픈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생후 3일된 아들의 배가 부풀어 오르고 항문에서 검은색 액체가 흘러내리는 증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병원 측이 10여 차례 엑스레이를 촬영한 뒤 내린 진단은 '선천성 거대 결장증'… 급히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비용이 1천 680만원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천 씨는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그만한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이리저리 진단한 끝에 의사가 내린 결론은 단순한 장염… 장 세척을 한번 하고 나니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들어간 비용은 단돈 1천 180원이었습니다.
참 황당한 얘기죠?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고요. 중국 선전(深川) 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천 씨의 입장이 돼 봤습니다. 생후 사흘 된 아들이 배가 부풀고 검은 액체가 항문에서 흘러내리면 얼마나 놀랄까요? 헐레벌떡 갓난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병원 측에서 엑스레이를 10여 차례 촬영하는 광경을 지켜보면 필히 '뭔가 큰 병인가 보다'하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만큼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겁니다. 그리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병명을 대면서 수술을 하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질 겁니다. 천 씨처럼 다른 병원에 들러보지 않고 놀라고 급한 마음에 병원 측의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을는지도 모릅니다.
돈도 돈이지만 생후 3일된 아들의 배에 칼 자국이 가해질 겁니다. 병원 측은 절개를 하고 장 내부를 들여다 보고난 뒤 별개 아니니 장만 세척하고 나서 봉합수술을 할는지도 모릅니다. 수술을 끝낸 뒤 버젓이 천 만원이 넘는 돈을 아버지에게 청구했겠죠? 이 병원은 선진 시에서도 꽤 큰 아동병원입니다. 흔한 장염을 오진할 만큼 실력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만에 하나 돈 벌이를 위해 없는 병을 만들어 석 달 된 갓난애의 배에 수술 자국을 남기려 했다면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상황을 보면 그런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다른 나라를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중국이니까 일어날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실제 중국 위생 부장인 '천주'씨도 2009년 학술회의에서 “이런 일이 중국 의료계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런 일이 중국에서나 일어날 일일까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을까요? 최근 네트워크 치과의 과잉 진료 문제가 SBS를 비롯해 많은 언론에서 고발된 바 있습니다. 그러자 이 네트워크 치과 측은 신문 1면에 광고를 내서 "우리만 그러냐? 모든 치과들이 다 그러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치과갈 때 무서워하는 분들 적지 않을 겁니다. 치아를 치료하는 게 아파서일까요? 아닙니다. 도대체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까 걱정되어서입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전 친구 하나가 아이 둘을 데리고 치과에 갔더니 치료비 견적이 한 명당 몇 백 만원씩 해서 천 만원이 넘더라는군요.
간단한 충치 치료가 아니라면 치아 한번 제대로 치료할라 치면 최소 몇 백 만원은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보험이 안돼서 그렇다는 답변도 함께 들어야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치과 2-3곳을 가 보면 가는 곳 마다 '견적'이 다르게 나온다는 겁니다. 꼭 필요한 부분만 치료하면 된다면서 다른 치과의 과잉진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네트워크 치과 측이 신문 1면에 낸 광고의 내용도 그런 비판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과잉 진료'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습니다. 뉴스 라이브러리를 보니까 1985년 '병-의원 과잉진료 많다'는 기사가 머리 기사로 실렸더군요. 25년이 지난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 예전에 비해 우리 병원들의 진료나 치료의 진실성이 많이 향상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일부 병 의원의 과잉 진료나 부풀려진 진료비 청구로 우리 의료 보험 재정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여전히 자주 접하게 됩니다.
잘 아는 의사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는 MRI도 찍어야 하고 이것 저것 검사도 해봐야 하는데 의료보험 공단에서 과잉진료라고 하니 우리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틀린 얘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환자들은 일부 병 의원들이 돈벌이를 위해 과잉 진료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합니다. 뉴스를 통해서 접한 간접 경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 그런 경험을 직접 겪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얼마 전 대형 제약사 6곳이 병 의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11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해마다, 철마다 나오는 얘기죠? 그 리베이트 비용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의사들은 이런 리베이트나 향응을 접대 받고 그쪽 약을 처방해주게 되고, 환자들은 리베이트 비용이 포함된 비싼 약값을 지불하고 그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앞서 제시한 중국 선전시의 아동 병원만 나쁜 사람들일까요? 리베이트 좀 받고 비싼 약 좀 권유하는 것은 용인될 만한 경범죄인가요? 치아 치료를 하면서 간단한 충치 치료만 해도 될 것을 몇 십에서 몇 백 만원 정도 쓰게 하는 것은 용납 가능한 상행위일까요? 이제 넋두리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소박한 소망 하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몸소 실천하는 진실한 의사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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