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도망자'로 전락한 지 2주일 가량 경과한 가운데 여전히 묘연한 그의 행방이 조만간 백일하에 드러날지 주목된다.
리비아 내 잠행과 국외 망명설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지만 최소한 카다피의 가족이나 핵심 측근이 국경을 넘어 알제리, 니제르 쪽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반군이 카다피 은신처로부터 반경 60㎞를 포위했다고 밝힘으로써 그의 도피극이 종국을 향해 치닫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리비아 반군의 새 군사위원회 대변인인 아니스 샤리프는 "카다피가 리비아에 머물고 있으며 그가 생포되거나 사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카다피 은신처의 반경 60㎞를 포위했다"고 밝힌 것으로 AP 통신이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반군 측에서 카다피의 행방 추적에 깊이 관여하는 히샴 부하지아르는 카다피가 3일 전께 리비아 남부 그와트 지역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포착됐다고 6일 오후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와트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남쪽으로 950㎞, 인접국 니제르에서 북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곳.
부하지아르는 정황상 카다피가 그의 추종세력의 거점인 사막 도시 바니 왈리드를 벗어나 차드, 니제르와 국경을 맞댄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리비아 반군은 바니 왈리드와 카다피 고향 시르테를 함락하기 위한 최후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 반군 사령관은 시르테 외곽 80km 인근에서 친위부대와 교전을 벌이면서 시르테 중심부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수백대의 차량 행렬이 니제르에 도착한 것과 관련, 니제르 당국은 카다피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카다피 정권의 만수르 다오 보안군 사령관과 가족이 넘어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압두 라보 니제르 내무장관은 그러면서 다오 사령관의 입국 허용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며 카다피 측과 거리를 두려 했다. 차량 행렬도 리비아측은 3대 뿐이며 알제리가 그를 호위하기 위해 보낸 알제리 차량을 오인한 것 같다고 알제리 당국은 해명했다.
앞서 카다피의 부인과 아들 2명, 딸의 입국을 허용한 알제리의 무라드 메델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카다피가 알제리의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단 한 번도 고려해본 적이 없다"며 그에 대한 망명 허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기에 카다피의 또 다른 망명 대상지로 떠오른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블레이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망명처 제공 문제를 협의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했다.
콩파오레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리비아인의 출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바 없다. 우리는 리비아에 있는 어떤 사람과도 정치적 망명 요청에 대한 접촉을 갖지 않았다"고 수도 와가두구에서 기자들에게 밝혔다.
리비아와 국경을 접한 또 다른 국가인 차드의 경우 반군 측 국가과도위원회(NTC)를 인정한 상황이다.
반군의 트리폴리 함락 직후부터 퍼져나온 짐바브웨 망명설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리 무게가 실려 있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한 이래 거처를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는 카다피는 정황상 리비아 인접 국가와 근접한 곳으로 몰리고 있지만 반군 측 NTC가 이웃 국가에 카다피의 망명을 허용하지 말도록 강력 경고하고 있어 이도 여의치 않은 형국으로 압축되고 있다.
더욱이 카다피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사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어서 망명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아프리카 특사인 미하일 마르겔로프는 이날 러시아 중부 야로슬라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 "개인적으로는 카다피가 리비아 영토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반군에 맞서 결사항전을 주장해 온 독재자 카다피가 과연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인지 아니면 외국에서 갑작스럽게 '뉴스 메이커'로서 등장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